▶ ■ 가격조작·유통기한 지난 오리고기 파동 이어…
▶ DNA 검사 결과 여우고기와‘짬뽕육’ 드러나, 네티즌들은“여우가 더 비싼데…재밌다” 차분
중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여우 고기가 섞인 당나귀 고기를 판매해 구설수에 올랐다.
중국인들은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다. 네발 달린 것 가운데 중국인들이 먹지 못하는 것은 자동차 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1조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먹거리 시장’이라는 중국에서 한 달 전 당나귀 고기를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른바 ‘가짜 당나귀 고기’ 파동이다. 산둥성 일대에서 ‘파이브 스파이스’ 브랜드로 판매되는 당나귀 고기에서 엉뚱한 동물의 DNA가 발견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당나귀 고기는 산둥성을 비롯한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 꽤나 인기 있는 식품으로 꼽힌다. 중국 가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도살된 ‘식용’ 당나귀만 해도 총 12,340만 마리에 달한다. 엄청난 중국 전체 육류 소비량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규모다.
산둥성 일대의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산둥 식품감독청은 “지난달 월마트에서 판매된 ‘파이브 스파이스’ 제품에 대해 DNA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당나귀가 아닌 여우의 DNA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당나귀 고기에 여우 고기를 섞은 ‘짬뽕육’을 판매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식품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위해 야심찬 점포망 확대작업을 추진해온 월마트는 지난 2011년에 이어 또다시 기업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월마트는 2011년 가격조작 혐의로 프랑스의 유명 유통업체 까르프와 나란히 적발돼 총 950만위안(미화 157만달러)의 벌금을 토해낸 바 있다. 그 뿐 아니다. 같은 해인 2011년, 유효기간이 지난 오리고기를 팔다 적발돼 연타석 벌금형을 지불해야 했다.
이처럼 궁지로 몰린 상황에서 또 다시 사고를 쳤으니 회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조금은 억울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제대로 된 안전검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납품업체의 식품을 유통시켰다는 지적에 무어라 반박하기 힘든 상황이다.
월마트 중국 현지법인 사장 겸 최고경영자인 그레그 포란은 “이번 사태를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공급업체 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일단 낮은 포복으로 여론의 포화를 피해 가려는 시도다.
중국에서 식품안전을 둘러싼 스캔들은 파괴력이 대단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며 호기롭게 중국으로 진출한 미국기업들 가운데 식품안전 스캔들에 휘말려 치명타를 맞은 곳이 적지 않다.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FC) 소유주인 염(Yum)은 중국 매장에 공급된 닭고기에서 항생제가 과다 검출된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전의 매출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400여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인 월마트는 현지시장의 선두주자 ‘선 아트 리테일 그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버거운 상대는 선 아트 리테일 그룹뿐 아니다. 지난 8월 영국의 소매업체 테스코와 제휴한 ‘중국 리소시즈 엔터프라이즈’와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판에 ‘연속 에러’를 기록한 셈이니 월마트로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피해 수습’에 나선 월마트 측은 특별조사팀을 구성하고 식품안전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병행해 납품업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망자를 낸 치명적 우유 스캔들, 재활용 폐유로 만든 식용유 파동 등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지만 중국의 소비자들은 ‘짬뽕육’ 스캔들에 의외로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현지 인기 마이크로블로깅 사이트인 시나 웨이보의 누리꾼들은 월마트에 비난의 포문을 열 것인지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의 비중이 유난히 높은 중국에서 소비자들의 온라인 반응은 전파력이 대단하다. 일단 이곳에서 불을 지피면 대륙 전체가 달아오른다.
그러나 현지의 한 누리꾼은 “여우 고기가 당나귀 고기보다 훨씬 비싸지 않느냐”고 반문한 후 “저가 제품에 비싼 고기를 집어넣은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화가 난다기보다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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