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은 물론 박지성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이 아니라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최근 발언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언론 뿐 아니라 AP통신까지도 홍 감독이 박지성을 대표팀에 복귀시키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를 세계에 타전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 축구에서 박지성이라는 이름 석 자가 지닌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사실 박주영의 경우는 아직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홍 감독의 말이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소속팀 아스날에서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돼 경기에 전혀 나가지 못하며 사실상 ‘유령선수’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박주영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탑 스트라이커다. 홍명보호가 출범 이후 줄곧 믿을만한 원톱 재목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월드컵과 올림픽, 그리고 프랑스 1부리그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한 한국 최고 골잡이 박주영의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 어필인지는 굳이 홍 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미 3년 전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도 고려중이라는 말은 상당히 놀랍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박지성이 수차례에 걸쳐 대표팀 복귀 의사가 전혀 없음을 여러 차례에 걸쳐 못 박았기 때문이다. 박지성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는데도 홍 감독은 “내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다”라면서 “만나서 직접 생각을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담없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축구가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쓸 때 캡틴 홍명보가 당시 막내였던 박지성을 불러 ‘의향’을 묻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박지성을 설득해 꼭 대표팀에 복귀시키고 싶다는 뜻이 분명하다.
사실 박지성이 홍명보호에 가세한다면 전력상승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세 차례나 월드컵 무대를 누빈 박지성이 합류한다면 20대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현 대표팀에 확실한 구심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비록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도 박지성은 아직 세계적인 선수다. 현 대표팀에서 그와 필적할 선수를 찾기 어렵다. 그가 필드에 있을 때 느끼는 든든한 중량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박지성이 3년전 대표팀 은퇴를 발표한 것은 고질적인 무릎통증이 큰 이유였다. 당시 영국에서 한국까지 A매치를 위해 자주 오가다보면 무릎상태가 더욱 악화되고 그 것이 소속클럽에서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장기적으로 자신의 선수 커리어를 연장하려면 대표팀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또 자신이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생각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이젠 두 가지 모두 재고할 여지가 있다. 박지성은 이미 현 계약이 종료되면 현역에서 은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 선수 커리어 연장 문제로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어차피 은퇴가 다가온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나라의 부름에 한 번 응한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도 오히려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수해 줄 기회를 갖는다고 바꾸어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뚜렷하게 박지성의 후계자로 부상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표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고의 조편성을 받았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아직 벨기에와 러시아에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고 알제리를 상대로도 승리를 자신할 입장이 못된다, 더구나 남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나가는 것은 처음이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박지성 같은 든든한 맏형이 있다면 팀 전체가 안정감을 얻을 것은 분명하다. 홍명보의 ‘박지성 카드’는 어떻게 보면 다급한 마음에서 나온 ‘응급처치용’ 같아 모르지만 뜯어보면 현실적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승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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