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는 물론 미전역이, 아니 한국까지 동해병기법안의 버지니아 주의회 통과 여부에 첨예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을 때 사실 마크 김 주하원의원(민주)은 조용한 편이었다. 그가 VA주 역사상 최초의 한국계 의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의아하게 보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는 것은 동해병기 이슈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은 다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 문제를 국제분쟁화 시켜 초점을 흐리게 만들고 의원들에게 부담을 줘 적당히 폐기되도록 하려는 일본의 의도는 쉽게 간파됐다. 때문에 김 의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으려는 듯 했다. 의회 개원을 앞두고 다른 의원들과 동해병기법안을 공동 상정한다는 기자회견을 여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김 의원의 본심은 주하원 본회의장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표결에 앞서 마이크를 붙잡은 그는 동해병기가 버지니아의 한인들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의미를 특유의 달변으로 거침없이 쏟아냈다.
“동해병기 이슈를 이젠 모두 이해하겠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지 다른 측면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그것은 한인들에게 반드시 실현돼야 할 옳은 일이기도 합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 의해 잔인하게 억압을 당했던 기억을 한인들은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기억은 70이 넘으신 어머니를 지금도 괴롭히는 기억입니다. 그로서리나 식당에 가시면 어머니는 간단한 계산을 할 때 일본말을 사용하는 게 편하십니다. 어릴 때 그렇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분 혼자만이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치욕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인들은 광복 이후 일제 합방과 같은 일은 다시는 겪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한국은 이제 3만6,000여명의 미군들이 희생당한 6.25를 거치며 부강한 나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가가 됐습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그 미국 땅에서 아이들이 ‘일본해’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한인들에게 과거 일본의 침략과 억압을 기억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참을 수 없는 한인들은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사용해 정부에 청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본의 압제 아래 살아갈 때 절대 누릴 수 없었던 자유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틴 루터 킹이 말한 것처럼 인종에 상관없이 미국은 하나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5분여의 걸친 그의 연설이 논리적으로 얼마나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바꿨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같은 한인이라면 가슴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그의 호소는 VA 주의회 속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동해병기 통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역사를 한인 의원이 쓰는 순간이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