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데일에 소녀가 앉아 있다. 미주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이 미국의 지방정부를 움직여 이루어낸 성과이다.
2007년에는 미 전국 한인들을 중심으로 ‘위안부 결의안 121’ 지지 캠페인이 파도처럼 일어나 마침내 연방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수십만 명이 오프라인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성금을 냈다. 미국에서 사라져가는 발로 뛰는 풀뿌리 운동의 모범사례를 미주한인사회가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주류 정치인들이 한인들을 좋아해서 우리 한인 편을 들어준 거라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주류사회가 움직인 것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만인이 우려하는 반인륜, 인권유린의 범죄라는 심각성과 정당성 때문이었다.
위안부 이슈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민감하다. 글렌데일 중앙공원에 소녀상이 세워지고 세계의 언론이 이를 알리기 시작하자 이에 놀란 일본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기림비가 세워진 뉴욕 뉴저지 지역에서부터 일본의 ‘투정’은 시작되었었다. 미국 최초로 시 부지에 위안부 기림비를 세운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에는 일본 국회의원 대표단이 찾아와 상당한 기부 및 문화교류 등을 제시하며 기림비 철거를 요구했지만 망신만 당하고 간 적이 있다.
글렌데일에서는 또 어떤가. 일본인들이 시 공청회에 몰려와 ‘조작’이니 ‘매춘부’니 ‘근거 결여’니 하며 억지를 쓰더니, 총영사가 LA 타임즈에 기고를 해서 일본의 입장을 강변했다. 소녀상이 세워진 후에는 일본의 지방정치인 대표단이 세번이나 시청을 방문해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에서 온 수백통의 이메일도 모자라 급기야는 백악관 위 더 피플 사이트에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내서 서명자가 10만 명을 초과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글렌데일 시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한다.
소송의 이유 중 하나는, 이 문제는 한일 간의 외교문제인데 왜 미국의 지방정부가 관여하느냐, 외교권 침해이니 철거해 달라는 주장이라고 한다. 일본이 미국에서 이 이슈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이를 ‘한일 간의 외교 분쟁’으로 평가절하시키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남의 나라 외교 분쟁에 끼어드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인들이 위안부 이슈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유는 전시에 벌어진 ‘반인륜적 여성인권 유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본질이 유지되어야만 미국 지방정부가 소녀상을 지켜줄 근거를 가질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국에서 어느 도시 대표들이 “소녀상을 지키러”왔다고 하며 배너를 들고 사진을 찍고 가거나, 한국의 정치인들이 떠들썩하게 나타나 사진만 찍고 가거나, 미주한인들이 소녀상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반일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한다면, 그런 모습이 소녀상을 지지해 준 미국인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진정한 지원은 시의원들께 보내는 감사 이메일, 조용한 참배, 그리고 필요할 때 하나로 뭉치는 결속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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