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교회 입구에 커다란 팻말이 붙었다. ‘Switch your seat Sunday’(일요일 자리를 바꿔라). 그렇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자기가 늘 앉는 지정석이 있다. 학교에서 내 자리가 있듯이, 교회에서도 늘 내가 앉았던 자리가 편하고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하나님과 원만한 소통이라도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떤 교인은 자기가 늘 앉던 자리에 새 신자가 앉았다고 화를 내는 바람에 새 신자가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모두는 익숙함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 무엇을 바꾼다던가, 고치면 마치 생활의 리듬이 깨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대형교회에서는 항상 앉는 자리에만 앉다보니 새로운 사람들과 접촉할 기회도 적어지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먼 사람으로 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회에서 내놓은 아이디어인 것이다. 교회에서 내 자리에 대한 애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웃을 만나는 기회가 적어지기에 강제로 “자리를 바꾸라”고 하여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이웃을 만나게 하려고 이런 놀라운 아이디어를 낸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남에게 무관심해서 삭막한 이 시대에 살면서 자리를 바꾸면서까지 이웃에게 손을 뻗치게 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아름다운 노력이었다. 이웃 사랑의 한 방법으로 교회 좌석을 바꾸면서 이웃을 더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바꾸는 것이 단순히 ‘장소의 변화’만 가지고 온다면 그 전과 별다름이 없을 것이다. 장소의 변화가 가져오는 신선한 충격도 있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소의 변화를 넘어서 ‘마음의 변화’를 가져와야 진정한 이웃의 모습, 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즉 장소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내가 늘 앉던 편안하고 안락한 자리가 아닌, 힘들고 어려운 이웃의 자리에 한번 앉아 보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내 이웃의 고통의 자리에도 앉아보고, 내 이웃의 즐거움의 자리에도 한 번쯤 앉아보아 그들의 눈으로 사물을 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이다. 이웃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게 하는 마음의 변화를 시작해 보라는 것이다.
이웃은 내가 고르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네가 이웃이 되어라” 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필요한 사람에게 가면 이웃이라는 것이다. 즉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의 이웃이 된다는 이야기다. 즉 뭔가가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면 그게 바로 나의 이웃이다. 우리의 생각 중에 남을 맨 나중이 아니라 제일 먼저 두면 우리에게 최고의 인생이 주어지는 것이다.
자리를 바꾸는 것은 좋은 시작이다. 남의 자리에도 앉아보고, 내 자리를 그들에게 양보도 하면서 서로를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웃에 대한 닫힌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계산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배려해 주는 열린 마음의 생각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마음의 변화가 내 삶의 변화를 가져오고, 삶의 변화가 축복과 행복의 삶을 가져올 것이다.
사순절이 시작된 이 시기에 우리와 자리를 바꾸러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사랑이 가슴 뭉클하다. 끝까지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시고, 다시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신 예수님을 본받아 언제든 우리의 깨진 마음의 자리도 바꾸어 보고, 모난 생각의 자리도 바꾸어 보아, 이웃과 함께 윈윈(win-win)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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