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8일 한국정부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중공군 유해 437구를 중국에 송환했다. 이번 일은 순수 인도적 차원으로 보나 ‘적군도 인도적 차원에서 배려해야 한다’는 국제법적인 기준으로 보나 잘 한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의연하게 대국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역사를 정리하고 외교를 풀어 나가는 자세를 왜 일관되게 모든 나라에 대해 적용하지 못 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우리에게 중국은 엄밀히 따지면 아직도 적국이다. 6.25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휴전’상태이며, 중공군은 느닷없이 우리 땅에 밀고 들어와서 바로 눈앞에 온 한반도의 통일을 무산시키면서, 무수한 우리 국군과 국민에게 총칼을 휘두른 자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반만년 역사를 통해서 중국이 우리에게 저지른 역사적 해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우리민족의 긴 역사를 통해서 일본이 국가적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괴롭힌 건 비교적 근세에 이르러서이다. 즉, 임진왜란을 통해서 약 7년 간 우리를 괴롭혔고, 일제강점기 36년간 지배를 통해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질렀을 뿐이다.
이처럼 우리민족이 반만년 역사를 통해서 겪어야 했던 중국으로부터의 침략과 수모와 수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치욕적이고 끈질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 역사상 어느 누구도 중국에 대해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나 배상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중국 측에서도 사과는 커녕 하다못해 유감표명이라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나름대로 사과도 했고 배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본에 대해 아직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와 배상을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동북아공정’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독도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분노하면서도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시큰둥하다.
한국에서 유해송환이 있었던 같은 날 시작된 중국 시진핑 주석의 독일방문과 관련하여, 중국측은 방독 공식일정에 홀로코스트현장방문을 넣어줄 것을 독일측에 요청했으나 메르켈총리가 이를 거절했다. 시 주석은 홀로코스트현장 방문을 통해 2차대전 중 나치의 만행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죄하는 독일과 그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 아베정권을 대비시켜서 보여주는 효과를 노렸으나 메르켈총리는 평소의 그의 행보와 다르게 이를 거절했던 것이다.
비록 뜻을 이루지는 못 했지만 이렇게 고단수의 우회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의 행보를 보면서, 취임 후 1년이 넘도록 만나지 않던 일본수상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중재로 어렵게 만난 자리에서 아베총리의 인사도 받지 않고, 토라진 여학생같이 새초롬하게 앉아 있는 박대통령의 너무도 어색하고 ‘비외교적인’ 태도가 자꾸 떠올라 착잡하고 답답했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두 인접국인 중국과 일본을 왜 똑같은 원칙에 따라 의연하게 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들이 아무리 밉고 상대하기 싫더라도 우리가 좋은 이웃들만 있는(?) 먼 유럽동네로 이사 갈 수도, 저들을 먼 동네로 내쫒을 수도 없는 바에야 어떻게든 서로 잘 지낼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가 아니겠는가? 중국과 일본 두 나라를 두고 누가 더 좋은 나라인가를 따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나라는 기본적으로 우리에겐 그저 ‘현재적 또는 잠재적으로 좋거나 나쁜 나라’일 뿐이다. 우리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그렇게만 대해 주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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