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깔린 팽목항…’집에가자’ 통곡·절규 가득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향해 큰절을 하며 실종자가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있다.
’빨리 오세요. 집에 가자.’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14일(이하 한국시간) 0시25분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는 피붙이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 40여명이 바다를 바라보고 외친 말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날 세월호 4층 우현 선미 단실에서 수습된 여성 시신 1구의 이름을 포함해 29명의 이름을 3차례에 걸쳐 목놓아 불렀다.
한 어머니는 팽목항 난간을 부여잡고 "엄마가 미안해. 지켜주지도 못하고…"라면서 흐느꼈다.
다른 어머니는 "꺼내만 달라구요. 안아보게만 해줘요"라고 울부짖었다.
그 곁에 있던 아버지는 "아빠는 어떻게 사니. 왜 안나와. 아빠 힘들게 하지 말고 빨리 나와. 제발 나와. 니 뼈다귀라도 보고 싶어. 아빠가 혼낼까봐 무서워서, 겁이나서 안 나오는 거니. 아빠 불쌍하지도 않니. 아빠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야 말 듣겠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수학여행을) 안 보냈지"라고 절규했다.
또다른 아버지는 두 손을 모으고 주저앉아 멍하니 바다만 바라봤다. 더이상 흘릴 눈물이 없는 듯 보였다.
선창 직전 한 아버지는 "우리 얘들 낯 가리니깐 저리 비켜"라면서 경찰과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돌아와달라"고 외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자원봉사자와 취재진들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30여분 차디찬 물 속에 있을 자식과 선생님들의 이름을 외친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 1시께 팽목항 가족지원 상황실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는 가족들이 수두룩했다.
상황실에 모인 가족들은 "정부는 아들들, 딸들, 선생님들, 가족들 돌려달라"고 다시 외쳤다.
한 아버지는 "애들 (곧) 나올꺼니깐 더이상 약해지지 말고 후련하게 얘들 이름 한번 더 부르고 서로 위로하면서 기다리자"고 말했다.
또다른 아버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왔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봐야지. 근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우는 것 밖에 없으니…"라면서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들 이름을 외치면서 많은 눈물을 흘리던 한 어머니는 끝내 상황실 앞에서 실신했다. 이 어머니는 보건복지부의 재난의료지원단과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지난 13일 오후 1시20분께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세월호 4층 우현 선미 단실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인양했다. 지난 9일 2구를 발견한 후 기상악화로 선내 수색을 진행하지 못한 지 나흘만이다.
이로써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276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28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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