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튿날 생존자 구조 ‘전무’…’정부 발표 거짓말, 사망자 400명 넘을 것’
광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터키 마니사주(州) 소마군(君) 소마탄광 폭발사고 현장은 비통과 분노가 휩싸고 있었다.
사고 이튿날인 14일(현지시간) 갱도 안에서 살아서 나온 광부는 한 명도 없었으며 석탄을 뒤집어쓰고 싸늘하게 식은 희생자만 간간이 들것에 실려 나왔다.
아들이, 남편이,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하룻밤을 꼬박 새우며 탄광 입구만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희망의 끈을 부여잡기에는 지쳐보였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갱도 밖으로 새어 나는 매캐한 냄새와 탄광 주변으로 흩어지는 연기는 어둠에 갇힌 광부들이 살아 있기를 기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탄광 입구에는 구급차 40여대가 대기하고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는 임시 의료시설도 차려 놨지만 의료진은 손을 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할 뿐이었다.
이따금씩 구급차가 탄광 입구에서 출발했지만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숨진 광부를 태운 구급차는 조용히 먼지만 날리며 군내 ‘마니사 소마 국립병원’으로 향했다.
종굴닥 등 탄광 지역의 전문 구조단이 지원하고 있지만 구조대원들은 아직 갱 안의 불이 꺼지지 않아 빈손으로 되돌아 나오기를 되풀이했다.
자원봉사차 이즈미르에서 왔다는 세르필씨는 "오늘 생존자는 단 한명도 갱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희망을 갖기에는 탄광 안의 상황이 너무나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사망자가 230여명이라고 발표했지만 모두 거짓말"이라며 "다른 광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망자는 400~450명에 이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과 동료들의 분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하자 폭발했다.
탄광 안에 갇힌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는 "너희가 내 아들을 죽였다"고 울부짖으며 이을드즈 장관을 때리려다 경찰에 저지당했고 에르도안 총리도 "정부가 책임져라"는 항의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현장에서 만난 터키 공영방송 기자는 "현장에서 구조상황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이 전혀 없었다"며 "광부들이 숨 쉬도록 공기를 갱도 안으로 넣어야 하지만 불길이 계속 살아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서 희망을 갖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탄광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군내 소마국립병원 앞에도 주민들이 밤늦게까지 모여 혹여 생존자가 도착할까 고대하며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만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 앞에서 ‘사고가 아니라 살인’(kaza degil cinayet)이라고 쓴 종이를 든 대학생 유수프군은 "불과 2주 전에 소마탄광을 점검해야 한다는 공화인민당(CHP) 의원의 요구가 있었지만 정의개발당(AKP)이 묵살했다"며 집권당을 맹비난했다.
사고가 아닌 인재, 구조당국에 대한 불신, 희망이 사그라지면서 폭발한 전국적 분노 등의 양상은 이른바 ‘형제의 나라’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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