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민족적인 인재(人災)’가 최근에 일어나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남쪽에서는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여 300여명이, 북쪽에서는 평양시 평천구역 ‘충복 아파트’가 무너지는 바람에 5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인재다.
자연재해는 인력으로 막을 수 없지만 인재는 인력으로 막을 수 있는 재앙이다. 그래서 인재에 대한 최고 책임자는 국가통치자다. 남쪽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요 북쪽에서는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이다. 그런데 이번 인재에 대해 남과 북의 통치자가 각각 보여 준 반응과 대처가 70년에 가까운 국토분단의 비극을 자아내는 장면을 보여주어 마음이 아프다.
남쪽 박근혜대통령은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침통한 표정으로 담화문을 읽어나간 박 대통령은 사고현장에서 남을 돕다 희생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 대목에서,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그리고 최종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쪽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 16일자 노동신문에 의하면 ‘충복 아파트’ 참사 이튿날 14일 밤 축구경기를 참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경기장에서 활짝 웃는 김정은 얼굴 사진을 1면에 실었다.
또 이 신문은 이 아파트건설의 책임자로 알려진 인물들이 아파트주민들에게 심각한 모습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실어 김정은이 축구경기장에서 큰 웃음을 웃는 모습과 대조를 이루었다. 사고현장을 들러보지도 않은 김정은에 대한 언급된 내용은 “사고보고를 받고 너무 가슴이 아프시어 밤을 지새웠다.” “당과 국가·군대의 책임일군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사고현장에 나가 구조전투를 지휘하도록 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고작이다.
우리 민족은 남북을 막론하고 정과 한이 많아 다른 민족에 비해 감정을 잘 표시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슬플 때는 이를 억제하지 않고 소리내어 표시한다. 세월호의 경우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졸지에 잃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진도 팽목항에 모인 유가족들이 배 속에 갇혀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울부짖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준다. 박 대통령은 사고 이틀째인 지난 달 17일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을 때 그들을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어야했다.
나는 노동신문에 실린 사고현장 모습과 관계자들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주민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수령님이 울지 않으니 그들도 통곡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억제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사고직후 바로 현장에 달려가서 아파트 주민들을 껴안고 통곡을 했어야 했다. 나이가 어리고 철이 나지 않은 탓인지 김정은은 눈물의 진가를 깨닫지 못했다. 진정한 눈물은 백마디의 웅변보다 강하다는 진리를 말이다.
국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한 달여가 지나긴 했지만 대통령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온 국민이 함께 울어 온 눈물을 모아 흘린 것이다.
사람들은 박대통령의 눈물을 가짜니 또는 선거용이라고 비난한다. 그의 눈물의 가짜 여부는 본인 만이 안다.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든 박대통령의 눈물을 탓해서는 안된다. 그 눈물에 국민들이 같이 울었으면 그 눈물은 진짜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북한 ‘인민’들과 같이 울어야 한다. 위대한 지도자는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한다. 국민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어야 한다. 울어야 할 때 웃는 사람을 우리는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한다. 김정은이 바로 그렇게 보인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죽었을 때 땅을 치며 울던 북한 동족이 ‘충복 아파트 참사’에 울지 못하는 북한의 현실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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