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른들은 원래부터 어른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어른들은 원래부터 사탕이나 과자도 싫어하고, 아픈 것도 잘 참고, 놀기보다 일하기를 좋아하고, 힘든 일도 잘 하고… 원래부터 그런 줄로 착각했었다. 나중에 철이 들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들도 한 때는 아이였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고,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른들 속에는 아직도 그 아이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볼 때 세상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같은 아이들과 그 반대편에 있는 어른들로 나뉘어져 있듯이 어른들 세계에도 대체로 두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기준으로 볼 때 세상에는 소위 보수적인 사람과 진보적인 사람이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이런 두 부류의 사람들은 늘 있어 왔지만, 현재 한국사회만큼 두 그룹이 극명하게 갈라져서 서로 대립한 적은 드문 것 같다.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 모든 일에 있어서 이들이 내는 목소리는 극명하게 대비가 되는 걸 본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두 그룹간의 반목과 갈등은 극에 달한 느낌이다.
지금 보수정권의 주요 지지기반이 되고 있는 50, 60대 사람들이 학창시절부터 보수적인 생각을 가졌던 경우는 많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60, 70년대 박정희시대에 젊은 날을 보내면서, 반독재 투쟁과 노동운동에 젊은 한 때를 바치며 진보의 선봉에 섰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지식과 경륜이 쌓이면서 생각을 다듬어 가다 보니 점점 보수 성향으로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애초부터 어찌해 볼 수 없는 ‘수구꼴통’ 이었던 것처럼 생각한다면, 이는 마치 아이들이 어른들은 애초부터 어른인 걸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착각이다.
역사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면서 양쪽 모두 그 나름대로 인류발전에 기여해 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시각이 서로 다를 뿐,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옳고 그 반대편이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당시 시대상황과 당면한 이슈에 따라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는가를 토론하고, 판단하여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꼭 짚어봐야 할 두 가지 상반된 견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보수나 진보 양 진영이 모두 ‘내가 절대적으로 옳고 너는 완전히 틀렸다’고 하는 터무니없는 착각과 교만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논점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한 발짝만 물러나서 보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고 나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착각이요 교만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내 생각만 옳다면 왜 이 세상 사람들의 절반정도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겠는가? 이는 곧 세상 사람들의 절반은 어리석고 무지하다고 단정짓는 그야말로 어리석고 무지한 착각인 것이다.
보수나 진보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편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한 어떤 형태의 토론이나 합의도 불가능하다. 상대편이 틀리거나 나쁜 게 아니고 다만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라는 생각이 전제될 때 비로소 건전한 토론이 가능해지고, 현명한 합의를 도출할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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