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었던 문창극 씨가 사퇴했다. 사퇴 이유는 그의 역사관이 친일적이라는 여론 때문이라 했다. 여론은 그가 친일적이라는 이유로 우리 민족이 잘못해서 하나님께서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매질하였다는 내용의 발언을 들었다. 비록 그의 말의 전체를 보지 못했으나 알려진 부분만을 놓고 볼 때에 일본의 강점에 관한 그의 발언에는 친일이라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특히 그의 말이 종교집회에서 한 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한국 정치계와 언론과 일반 대중은 어떤 상항을 판단함에 있어서 너무 경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문씨의 발언에 대하여 기독교인들과 일반인들과 몇몇 모임에서 질문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질문에는 이미 자기들의 의견에 동의해달라는 강력한 바람이 섞여 있었고 내가 몇마디 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끊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의견을 제대로 펼칠 수 없었다.
문씨가 한 말은 기독교 집회에서 한 말이므로 하나님의 징계에 대한 성경의 예를 들어보자. 호세아서 1-4장을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을 배반하여 바알 신을 섬기고 우상을 숭배하며 이방 풍습을 따르므로 하나님께서는 북방의 강국 앗수르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치는 것을 용납하신 역사가 나온다. 즉 이스라엘의 악행을 바로잡기 위하여 더욱 악한 앗수르가 이스라엘을 치는 것을 용납하신 것이다. 그 뒤 남방 유다도 같은 이유로 바벨론에게 멸망당하여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다. 그 뒤 앗수르는 바벨론에게 멸망당하고 바벨론은 메데파사(페르시아)에게 멸망당한다. 즉 하나님께서 악의 세력을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백성을 징계하는 몽둥이로 삼으신 뒤에 그 몽둥이들은 없애버리시고 사랑하는 백성은 구하시는 것이다. 한국에게 못된 짓을 하던 일본제국도 원자탄 두 발을 맞고 망하지 않았는가.
이로 보건대 문 씨는 자기가 속한 교회 모임에서 어떠한 뜻으로 그런 말을 하였을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호세아 선지자와 에레미아 선지자들처럼 그는 자기 민족 특히 기독교인들을 각성시키기 위하여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우리 민족이 일찍이 각성하지 못하여 일본인들에게 가진 모욕을 다 당한 것을 슬퍼하면서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한탄하는 뜻으로 볼 수는 없을까.
나는 이번 일과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여당 야당의 경솔한 처리를 보고 우리 민족이 왜 이렇게 경솔하고 성급하고 깊이 없는 민족이 되었는가 심히 염려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속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바르르 끓어올랐다가 얼마 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식어버리고 과거의 잘못를 되풀이하는 양은 냄비 같은 성질이 있지 않은가.
더욱 염려되는 바는 상대방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의 대세가 결정되어 변명해봤자 덕이 되지 못하는 이 분위기가 참으로 실망스럽다.
어떤 이들은 그의 말 가운데 “우리 민족이 게을렀다”고 한 것에 대하여 민족의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라 했는데 이런 일에 툭하면 자존심을 내거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자가 어렸을 때에 할머님에게서 들은 말이 있다. 한 선교사의 부인이 조선 여자들은 죽도록 일을 하고 조선 남자들은 남자 체면이랍시고 죽도록 일을 하지 않는다 하더란다. 틀린 말이었나. 이제 우리도 이만큼 잘 살고 비록 아직 바로잡을 것들이 많이 있지만 남들이 쳐다보고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툭하면 자존심 내세우는 말들은 하지 말자. 이젠 무슨 비위 상하는 말을 들어도 대범하게 처신하고 반성할 것이 있나 없나 살펴보는 것이 우리에게 걸맞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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