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처럼 집값이 비싸고 집을 구하기가 힘든 곳도 흔치 않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뉴욕시는 미국 내 유일하게 ‘셸터를 가질 권리(Right to Shelter)’가 보장되는 곳이다. 모든 이가 몸을 쉬고 안전히 머물 수 있는 곳을 보장받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최근 10년간 뉴욕시의 홈리스 인구는 늘어만 가고 있다. 현재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홈리스 셸터들은 매일 밤 5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재우고 있지만 수천 명이 셸터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잠을 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침체된 경기에 치솟는 집세와 물가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인들 가운데 홈리스 문제를 우리 이웃의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 으레 홈리스라고 하면 게으르고 술과 약물에 중독되어 가망이 없는 사람, 정신병 환자… 등등 고정된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홈리스 인구에는 중독자와 정신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홈리스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가난에 있다. 실제로 뉴욕시 5만 명의 홈리스 셸터 거주자 중 대부분이 싱글이 아니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홈리스가 된 가족들이다(자녀를 둔 성인이 36% 가량, 미성년자 42% 가량).
가난과 불안정한 생활이 홈리스의 원인이라면, 우리 이민자 커뮤니티에게도 이것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들만이 홈리스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된 집이 없어 친척, 친지의 신세를 지며 항상 오늘 내일 쫓겨날까 불안해하는 사람들, 직접 아파트 계약을 할 형편이 되지 않아 쪽방을 빌려 살면서 주인집의 횡포를 참아내야 하는 사람들, 주소가 일정치 않아 신용이나 경제생활을 원활히 하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 우리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이민자들의 모습이며, 이런 불안요소가 홈리스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여성, 아이가 있는 싱글 맘은 더욱 힘들다. 가정폭력을 겪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이 홈리스 위험이 더 높다.
갈 곳이 없는 아시안 여성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곳으로 무지개의 집이 있다. 쉼터에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뉴욕엔 저를 도와줄 가족 친구 하나 없어요”라는 말을 한다. 참 가슴 아픈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민자들은 친지, 친구, 동료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인 이웃의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이웃이 위급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위에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나누어주는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은 커뮤니티 구성원 모두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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