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창 / 뱅크 오브 더 웨스트 LA지점장
비즈니스 론 신청이 들어왔다. 액수가 꽤 컸다. 한 달 렌트비가 약 2만 달러인 장소에 바비큐 식당을 차리겠다고 한다. 잘(?) 나가는 식당을 모델로 해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식당을 차리는 비용만 100만 달러 수준.
고객에게 물었다. “식당 경험은?” 전혀 없다고 한다. 그 잘 나가는 식당주인과 동창인데 일단 식당을 차리기만 하면 적극 돕기로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이 본인의 생각대로 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말려야 할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분은 이미 몇 은행에서 SBA 론도 알아본 것 같았다. 집을 2차로 저당해서 40만 달러를 마련하고 은행에서 나머지 론을 받고, 따로 준비한 돈을 합해서 식당사업을 해보겠다는 계획이었다.
내 판단으로는 가능하면 비즈니스를 시작 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점들을 지적했다. “식당경영 경험도 없고, 시장조사도, 충분한 자본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비즈니스를 실제로 해보면 생각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지금 직장에서 충분한 수입이 있는데 비즈니스 시작하면 현재와 같은 넉넉한 생활이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고객은 후에 생각을 바꾼 것 같았다.
고객들이 중요한 투자결정을 본인 혼자 내린 후에 은행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은행은 단순히 ‘돈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같이 연구하는 동반자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고객들에게 융자를 해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투자의 타당성을 분석한 후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기침체의 상황에서까지도 - 투자의 안전성을 숫자로도 자신했을 때 적합한 상품(자금)을 제공해야 될 것이다. 눈앞의 이익 보다 서로가 다 장기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고객이 살아야 은행이 산다”는 생각이다.
과거 일부 투자은행들은 고객에게 파생상품을 좋은 투자라 권하면서도, 그 투자가 실패할 것으로 예상, 따로 몰래 보험(주로 AIG)을 들어 수십억의 이익을 챙긴 적이 있었다. 고객 보다는 자체 기업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둔 경우다.
지난 7년간의 경기침체로 많은 것을 배웠다. 무리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최소한의 다운페이로 최대한의 대출”을 받아 집을, 비즈니스를, 빌딩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이 후회하고 있다. 그 때 그 론이, 그 모기지가 안되었더라면, 고객은 집을 잃지 않았고 은행도 손실을 보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들이다.
올해는 경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경기가 3%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버블이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경기침체기의 긴 동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계획이든 꼭 제 3자의 전문가들과 상의할 것을 권한다.
대기업들도 투자 이전에 철저한 사전 계획 검토를 실시한다. 소기업들이나 서민 투자가들은 더 적극적으로 전문적 조언을 받아야 한다. 스몰 쿠키들은 쓰러지면 그만이고, 뒷돈도 없다.
대기업이나 은행들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덕을 봤고 또 볼 것이지만, 서민이나 소규모 비즈니스는 “Too Small to Help” -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