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수많은 동물들 중에 웃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웃는 동물이다”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인간 외에도 웃는 동물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약간 억지가 있어 보인다.
웃음에는 종류도 많다. 세계인이 찬탄하는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도 있고,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다고 하는 해맑은 소녀들의 티 없는 깔깔 웃음도 있다. 대학을 다닐 때쯤 해서는 무슨 세상 달관한 염세주의 철학자라도 된 듯이 막걸리 한잔 걸치고는 세상을 향해 썩소(썩은 미소)를 날리기도 했었다.
나는 또 말없이 서로 은근한 눈빛만으로도 이심전심으로 뜻이 통하는 염화시중의 미소를 좋아한다. 예로부터 웃음은 인간 생활의 활력소이며, 인간관계의 윤활유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도 했고, ‘웃으면 복이온다’(笑門萬福來)고도 했다. 서양에서는 “Laugh and grow fat”이란 말도 있다.
늘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직업에서 성공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유머감각을 꼽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항상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이 때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은 늘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게 되어 인간관계가 한결 부드러울 테니까, 언제나 심각한 사람보다 모든 일이 보다 순조롭게 풀리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북미에서 TV 채널들의 인기 상위 프로그램들은 항상 토크쇼와 시트콤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1 분에 한 두 번은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어떤 모임엘 가더라도 잘 웃고 사람들을 잘 웃기는 사람이 항상 인기를 끌고 주위에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이렇듯 사람들은 늘 웃음을 찾고, 또 웃을 일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웃음이라고 다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을 무시하는 비웃음도 있고, 값진 것을 잃었거나 오랫동안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 했을 때의 허탈한 웃음도 있고, 남을 비꼬는 냉소도 있다. 어떤 일이 터무니없거나 어이 어서 나오는 실소와 고소가 있는가 하면, 남의 불행을 고소해 하며 뒤에 숨어서 웃는 비열한 웃음도 있다. 또 옛날 괴기영화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그 으스스한 귀신 웃음도 있고, 영화 속 사이코패스들이 흔히 날리는 싸늘하고 소름끼치는 웃음도 있다.
예전의 웃음은 보통 ‘하하하’가 대표적인 웃음이고, 남자들은 ‘허허허’ 또는 ‘껄껄껄’, 여인들은 ‘호호호’나 ‘깔깔깔’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 후후후, 히히히, 헤헤헤 나 키득키득 등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웃음도 시대를 따라 바뀌어서, 이런 종류의 전통적인(?) 웃음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ㅎㅎㅎ’ ‘ㅋㅋㅋ’만 난무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영어 공간에서는 ‘LOL’ ‘LMFAO’나 ‘k. k. k.’가 웃음세계를 평정해 버린 느낌이다.
이런 현대식(?) 웃음에서는 아무래도 남들이 안 보는 음습한 골방에 숨어서 히히덕거리고, 이죽거리고, 키득거리는 듯한 기분이 느껴질 때가 많아서, 옛날의 그 유쾌한 웃음과는 사뭇 다른 뒷맛을 남기곤 한다. 그래서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후후후, 히히히, 헤헤헤, 크크크, 킥킥킥, 키득키득 등 거의 모든 웃음을 간단하게 원샷에 표현할 수 있는 그 편리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찍어대는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 ‘LOL’이 때로는 나를 짜증나게 하고, 나에게서 웃음을 앗아가 버릴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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