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입법 금지·일사부재리
국민적 감정으로는 선장과 핵심 피고들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은 일시적 감정에 의해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범죄가 발생한 시점에 시행된 법에 의해서 처리되는 법리를 따라야한다.
형사피고를 벌하는 근거는 범행 당시에 시행되고 있던 법에서 찾아야한다. 법을 고쳐서라도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소급 불가(Expost facto) 원칙에 따라 현 시점에서 발생한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 과거에 없었던 법을 새로 만들든지,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는 위헌이며 그러한 법은 무효다. 그러나 이러한 소급 처벌을 위해서 법을 만들어 시행한 불행한 과거가 있었다.
1960년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의 4선을 위해서 부정선거를 감행했고 이것이 4.19 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새로 집권한 민주당 정부의 사법부는 부정선거의 원흉 내무부 장관, 경찰국장 등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대부분 경미한 처벌을 주문했다. 그러나 수개월후 집권한 5.16 군사혁명 정부는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만들어 혁명검찰(혁검)로 하여금 다시 기소케 하였고 혁명재판소는 이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법리에 어긋나는 사건으로 후세에 남게 될 것이다. 소급입법금지(遡及立法禁止)의 룰을 위반했고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Double jeopardy)의 원칙을 위반한 사건이다. 이것은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본 경기를 주관하는 룰(Rule)을 바꿀 수 없다는 논리와 같은, 반칙으로 두 번 페널티를 가할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기인된 룰(Rule)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라면 세월호 선장등 주요 피고에게 적용될 죄목은 과실치사(Negligent 또는 involuntary manslaughter)가 적용될 것으로 판단한다. 형량은 주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수 있으며, 버지니아에서는 5급 중죄(Class 5 Felony)로 분류하며 형량은 1년 이상 10년 이하 (Virginia Code 18.2-10)로 규정하고 있다. 형량이 경미하게 보이겠지만 최하 형량에 피해자 숫자를 곱하면 형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며 양당이 불필요한 노력에 힘을 빼고 있다. 모든 이슈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법에서 해법을 찾아야한다. 피해자 보상 문제는 세월호 선주와 피해자간의 이슈일 뿐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며 진상조사에 괸해서도 피해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형사적으로 기소할 피의자가 있다면 검찰이 할 일이지 피해자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기소는 검찰만의 기소재량권(Prosecutorial discretion)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대통령도 사법부도 피의자를 색출, 기소할 권한이 없다. 피해자가 기소에 관여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구이지만 헌법이 부여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피해자 가족에게 기소권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국회는 피해자에게 피해보상을 가결할 권한도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그들을 보상한다면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보호해야하는 헌법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는 처사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특별법을 만든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시작이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할 당시에 있던 법으로 사건을 해결해야 함은 법치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인데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가운데 세월호 특별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음을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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