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가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가족대책위의 전임 위원장 등 유가족 5명이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따른 조치다. 사건의 정확한 진상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로 유가족 측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대리기사 이모씨의 주장에 의하면 사건이 발생한 날 밤,대책위 간부들과 자리를 함께 한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이 자신을 불러놓고 무작정 기다리게 하자 이에 화가 난 이씨가 김 의원과 말다툼을 벌이자 유가족들이 “의원님에게 불손하게 군다”며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주변 시민들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유가족이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되받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폭행사건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유가족들이 입원을 요구하자 담당 의사가 “다친 정도가 경미해 당장 입원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소견을 말하자 유가족들은 대뜸 “내 소속이 어딘지 아느냐”며 폭언을 했다고 한다. 아니 대책위가 무슨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도 되는가.
하기야 제1야당 원내대표가 찾아와 무릎 꿇고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받아달라고 통사정을 할 정도이다 보니 대책위 간부들이 어느새 귀하신 몸이라도 된 듯 천박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그토록 방약무인한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번 폭행사건을 계기로 적잖은 국민들이 급격히 유가족에게 등을 돌리게 한 뼈아픈 실수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
“애초에 술을 마시고 그들과 똑같이 폭력을 행사한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저들이 시비를 걸었더라도 그냥 맞고만 있었어야 국민들께 할 말이 있었을 것”이란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탄식은 그래서 더 절절하다. 술에 취해 먼저 시비를 걸고 폭력을 휘두른 쪽은 유가족이다.
그러지 않아도 집권세력과 수구언론이 유가족과 국민을 이간질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는 터에 경솔한 행동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얼마나 실망했으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에 기꺼이 동참했던 일부 시민들이 서명을 철회하는 참담한 지경에까지 이르렀겠는가.
그러나 이번 폭행사건은 엄밀히 말해 세월호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그러하기에 극소수가 관련된 사건을 빌미로 유가족들을 싸잡아 비난하거나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그들의 정당한 요구 자체를 폄훼하는 것은 만부당하다.
참사와 관련해 정녕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단식 농성을 벌여가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며 특별법 제정을 국민 앞에 철석같이 약속해놓고도 이를 어긴 박근혜 대통령이다. “진상규명에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키지도 않을 거짓 약속을 하면서 눈물은 왜 흘렸을까. 정말 ‘참 나쁜 대통령’이다.
폭행사건이 있은 직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세월호 희생자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크게 실수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두 번 다시 이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들에게 위로가 필요합니다. 손 놓지 말고 잡아주세요.”
그렇다. 일부의 실수가 있었다고 위로가 절실한 저들을 내칠 순 없다. 누구든 잘못을 뉘우치고 머리를 숙이는 사람의 손일수록 놓지 말고 꼬옥 잡아줘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다. 하물며 그 손이 참사로 자식을 가슴에 묻고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내민 손임에야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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