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을 앓고 요양병원에 계시는 장모님을 문안하러 한국에 간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께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끔 가족을 알아보시기도 했는데, 이제는 전혀 사람을 인지하지 못하신다고 한다. 나는 장인 장모님으로부터 친자식처럼 각별한 사랑을 받고 지내왔었다.
25년 전 두 분이 처음 우리 집을 방문 하셨을 때 나는 두 분과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를 갔었다. 두 분은 거대한 물줄기가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웅장한 모습에 넋을 잃고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고향 친지들에게 줄 선물도 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해질 무렵이 되어 호텔을 찾았지만 빈 방이 없었다.
미안해하는 나에게 6.25 전쟁 때 특수 공작대원을 이끌고 북한을 왕래하며 전공을 세운 장인께서 “오늘 저녁은 역사적인 순간일세. 우리 가족이 함께 군사훈련을 하는 날이야.” 하시면서 껄껄 웃으셨다. 그렇게 호방하셨던 장인도 몇 년 전 길을 건너다가 갑자기 뛰어든 차에 치어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두 분에게 형편이 좋아지면 잘해드려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 지금껏 두 분의 은혜에 보답한 것이 없었다. 마음에 큰 빚만 짊어지고 살았다.
여생을 후회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아니 후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살 수는 없을까. 일본의 호스피스 전문의인 오츠 슈이치 박사는 암환자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후회들을 적었는데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더라면...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좀 더 친절했더라면... 기억에 남는 멋있는 연애를 했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고향을 찾아가 보았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하나님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소매 끝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소중히 여기면서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당당히 말하며 살아가는 삶이 후회하지 않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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