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나쁜 의미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자체가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것들로 중독되어 살아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는 일중독, 카페인 중독, 운동 중독에서부터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 미디어 중독까지 이다.
지난 주 맨하탄에서 아주 흥미로운 전시회가 열렸다. 대학교 선배이신 화가 김봉중 작가님의 개인전이었는데 제목이 바로 ‘중독’ 이었다. 아름다운 노란 꽃, 빨간 꽃 안의 수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계로 되어있다. 찢어진 까만 캔버스 사이를 비집고 나온 것도 와이어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내 몸 속에서도 중독되어있는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나올 것만 같은 전율을 느꼈다.
나는 작품을 보고 딱 생각나는 음악이 있어서 흔쾌히 전시 오프닝 연주 제안을 받아들였다. 연주한 곡은 벤자민 브리튼의 6개의 무반주 오보에 솔로 중 1번 팬과 4번 바카스였다.
강의 요정 시링스는 자신을 추적하는 흉측한 모습의 팬을 피하기 위해 갈대로 변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닉’이라는 단어의 어원인 팬은 갈대로 변해버린 시링스를 꺾어 팬플룻을 만들어 불고 있는 지독한 사랑 중독자이다. 음악 안에서도 여전히 팬은 시링스를 그리워하며 쫓아가고 불쌍한 시링스는 갈대가 바람에 스치듯 가냘프게 소리 지르며 떨고 있다.
바카스는 모두가 아는 알코올 중독자 술의 신. 이 곡은 술에 취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딸꾹질을 딸꾹딸꾹 헤롱 헤롱 정신 없어하는 바카스와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고 소곤소곤 흉보고 깔깔대는 동네 아낙들의 수다를 음악으로 표현한 정말 위트 넘치는 곡이다.
미술과 음악이 콜라보레이션 되어서 눈과 귀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보고 듣는 전시회였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나 선배님이나 예술이라는 공통점 안에서 보면 둘 다 극심한 중독자들이다. 이젠 이러한 긍정적인 중독자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좀 아름다운 중독자이고 싶기 때문이다. 나눔 중독, 봉사 중독, 기부 중독, 헌신 중독…. 갑자기 중독이라는 단어가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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