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반응은 “너나 잘 하세요” 비판 일색
▶ ‘임원진은 백인, 종업원은 유색인종’ 지적
’레이스 투게더’ 스티커가 붙은 스타벅스 컵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인종 문제에 대한 대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레이스 투게더’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바리스타가 커피 컵에 ‘레이스 투게더’를 써주며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인데 여론은 대단히 비판적이다.
[종업원들 손님들과 ‘인종’ 대화 나누라 장려]
스타벅스가 인종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겠다며 시작한 캠페인이 비판과 조롱에 휩싸였다. 스타벅스는 ‘Race’가 ‘인종’과 ‘경주’를 동시에 의미한다는 점을 살려 ‘함께 가자(Race Together)’라고 이름 붙인 캠페인을 지난 주 시작했다.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커피 컵에 ‘Race Together’라고 써주면서 자연스럽게 인종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온라인에 오른 반응은 비판 일색이다.
지난주 스타벅스의 ‘레이스 투게더’ 캠페인이 시작되자 소셜미디어에는 비판과 회의가 들끓었다. 반응이 너무 적대적이어서 스타벅스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코리 두브로와 수석 부사장은 잠정적으로 트위터 계정을 없앴다. “부정적 반응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데, 내가 개인적으로 공격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대중적 분노와 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스타벅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이다. 고객이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패러디한 비디오에서부터 스타벅스 임원들에 대한 온라인 공격까지 캠페인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회사 고위직은 백인들이 독차지하고 매장의 바리스타들은 대부분 소수 인종이라는 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고객과 매장 직원과의 관계는 그저 원래대로 놔두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 아침 커피도 마시기 전에 누군가와 인종문제 토론을 시작하면, 결과가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지난 18일 시애틀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새로 추진중인 캠페인을 소개했다. 캠페인의 성격상 흑인 인사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래퍼 코몬이 연사로 초청되었고 배우이자 가수인 제니퍼 허드슨이 ‘할렐루야’로 끝마무리를 했다. 스타벅스 이사들 중 유일한 흑인이자 에리얼 투자사 회장인 멜로디 홉스가 인종문제 토론의 중요성에 관해 15분간 연설을 하기도 했다.
‘레이스 투게더’는 지난해 12월 슐츠회장이 시애틀 본사에서 회의를 소집, 인종 간 갈등문제를 토론한 것이 발단이다. 미주리주의 퍼거슨, 스탠튼 아일랜드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 등지에서 흑인 청년들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이로 인해 인종 간 관계 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되던 당시였다. 슐츠는 이에 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어 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포럼이 이후 오클랜드, LA,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그리고 뉴욕에서 열렸다. 각 회합에서 직원들이 각자의 염려들을 털어놓는 장면을 모아 비디오로 틀면서 슐츠회장은 이런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 스타벅스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캠페인을 강조했다.
캠페인은 지난 16일부터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시작되었다. 바리스타들이 고객의 커피 컵에 ‘Race Together’라고 써주기도 하고, ‘레이스 투게더’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한다. 캠페인을 공동 주관하는 USA 투데이는 관련 특별 섹션을 만들어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스털링 브랜즈의 딘 크러치필드 수석 부사장은 스타벅스의 캠페인을 선동적이라고 말한다.
“성공만 한다면 스타벅스에 영구적인 인상을 남기게 될 것입니다. 목적을 추구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요.”
기업이 소셜 이슈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1970년대부터 평화와 조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스타벅스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있을 때마다 자사의 입장과 견해를 밝혀왔다고 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말한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과 상충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커피를 주문하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5분 내에 매장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손님들 중 적어도 절반은 커피만 사서 빨리 떠나고 싶어하는 데 그런 손님들을 붙들고 바리스타가 인종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면 어떤 전략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를 위해 바리스타는 어떤 훈련을 받았으며 어떤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관련 비영리 단체 관계자는 말한다. 캠페인 계획에 빠진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영업 실적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고급 커피 시장으로 진입하려 하면서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인종 캠페인은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커피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스타벅스의 캠페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얼마나 널리 퍼질 것인가이다. 지난 주 맨해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많은 고객들이 ‘레이스 투게더’ 스티커가 붙은 컵을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스티커만 붙이고 그게 뭔지 설명이 없으니, 그냥 광고인 줄 알았다고 한 고객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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