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국제시장’을 마침내 보았다. 영화 배경은 6.25 전쟁과 전쟁 후 국가 재건이 한창이던 배고픈 시절 50~70년대. 가장이기 때문에 위험한 독일의 탄광으로 전쟁터인 베트남으로 다니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 시절 아버지들의 모습이 담긴 영화라 속된 말로 신파는 이미 예상되었다. 그리고 미학적으로 따지면-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는 - 조금은 덜 세련된 영화였다.
하지만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광부들이 똘똘 뭉쳐 무너진 탄광에서 동료를 구해 내는 장면이나 이산가족 상봉 장면들은 비행기 안에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펑펑 울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픔과 슬픔이 많던 그 시절, 먹고 사는 문제와 애국의 문제는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었고, 그렇게 해외로 나가서 일하는 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국민으로 어떻게든 외화를 벌어 국가를 일으키고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목적이 혼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반면에 후배 이야기를 들으니 한때 창업 준비와 아이디어에 열정적이던 대학생들의 요즘 관심사는 북유럽 이민이라고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 수명은 길어지는데 과거와 달리 회사에서 퇴직해야 하는 시기는 빨라지고, 특히 노인복지가 문제되기 시작하니 복지혜택이 많은 국가로 이민을 도모하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 맘에 드는 국가를 옷 고르듯 쇼핑해서 방법을 강구하여 이민을 간다는 아이디어에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무슨 굵직한 일만 터지면 관련자가 하나씩 꼭 자살하는, 알 수 없는 대한민국이 요즘 같은 국가 쇼핑시대에 타사 제품에 비해 경쟁력에 뒤지는 건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8년 동안 생활하며 느낀 바로는 미국국적을 취득해 법적으로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1세나 한국어조차 서툰 2세 혹은 3세들에게조차 문화적 혹은 인종적 배경으로서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일반적으로는 음식 문화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고, 때로는 인간관계 방식이나 여러 가치관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어릴 적 미국에 이민 와서 살며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는 30대 또래 친구의 요즘 관심은 한국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이다. 아기 아빠인 그가 필요하면 자원봉사자로 나서 한국에서 몇 개월 머무를 생각조차 하고 있다는 것이 아직 한국국적을 가진 나에게는 조금 신선하다.
실제로 이민자들은 객관적인 제3의 눈으로 조국을 바라보는 측면이 있고, 여전히 고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법적인 국적은 옷을 쇼핑하듯 골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몸은 안타깝게도 골라가질 수 없듯 문화적 인종적 국적은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것 같다. 국적이 맘에 들지 않으면 새로운 국적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취득해서 다른 국가의 국민으로서 개인적인 행복을 도모하는 일은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런 일이지만, 불행히도 대한민국이 제대로 안 돌아가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이나 이미 국적 쇼핑을 통해 떠난 사람이나 좋을 것이 하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법적인 국적과는 별도로 문화적 인종적 국적은 본인이 원하던 원치 않던 꼬리표처럼 따라 붙게 되므로, 모두를 위해 간절히 빌어본다. 대한민국이 제발 좀 잘 되어 달라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