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화 대선후보 젭 부시 ‘앵커 베이비’발언
타 아시안도 분노 표시
주류 정치권도 비난 목소리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anchor baby·원정출산)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조직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에 한인 등 아시안계는 물론 미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부시 후보는 24일 텍사스 주와 멕시코 국경에서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더 관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미국 국적을 얻은 아기를 뜻한다. 바다에 닻(anchor)을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가치 평가를 담은 용어로 미국 ‘원정 출산’과 연결되는 말이다.
마이크 혼다(민주, CA) 연방 하원의원은 25일 논평을 내고 “부시 후보의 발언은 모든 이민자들에 대한 모욕이며 우리의 문화에서 설 땅이 없는 주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혼다 의원은 이어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배경 위에 건국됐다”며 “그 같은 편협한 발언은 미국 민주주의 근본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BC 방송은 아시아인들의 미국 원정 출산을 비판한 부시 후보의 이 발언이 가뜩이나 대선 선거판에서 미미한 존재인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내 소수 인종인 아시아계를 희생해 다른 소수 인종인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 인구)계를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인사회에서도 젭 부시의 발언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소정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아시아계가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젭 부시 후보의 발언을 듣고 너무 황당했다”면서 “물론 원정출산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적절치 못하며 부시 후보는 이번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원 버지니아한인회장은 “젭 부시 후보의 발언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와서 열심히 일하는 아시아계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면서 “원정출산은 문제가 있지만 다민족 국가인 미국에서 특정 인종을 언급하며 비하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권 한인정치참여연합 대표는 “젭 부시 후보가 극소수의 행위를 마치 아시안 전체에 해당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그가 아시안에 관한 팩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그가 많은 대화와 교류를 통해 아시아인을 좀더 잘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동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버지니아 지부 코디네이터는 “젭 부시 후보의 발언은 단순히 아시아계 이민자뿐만 아니라 전 이민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봐야 한다”면서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원정출산을 언급하며 이민자들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민자들은 이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BC 방송 미 언론에 따르면 아시아계도 트위터 등을 통해 부시 후보의 발언에 대한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에린 퀼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친척이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신해 이들의 등을 돌리게 한 부시 전 주지사에게 감사함을 표한다”고 비꼬았다.
‘화난 아시아인’이라는 이는 “미국의 대선 주자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어떻게 희생양으로 삼는지를 보여준다”며 부시 후보에게 실망감을 나타냈다.
논란이 커지자 부시 후보는 이날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임신한 여성들을 미국에 보내 아이를 낳고 시민권을 얻는 매우 제한적인 사기 시스템(very narrowcasted system of fraud)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기를 낳은 미등록 이주민 가운데 아시아인이 36%로 가장 많고 중남미인이 3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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