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에 대권 쟁탈
노력을 이기는 재능은 없다. 6살에 바둑에 입문하여 16살에 세계 바둑계를 제패한 이창호 9단의 어록이다.
그는 노력하는 천재이다. 그동안 그가 이루어놓은 기록을 살펴보자니 경탄을 넘어 경이로운 족적을 이루고 있다. 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13세의 어린소년으로 국내 제8기 바둑왕전 타이틀을 차지하고부터 시작된 그의 타이틀 사냥은 스승인 조훈현 9단이 이루어 놓은 금자탑을 무너트리고 조 9단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면서 스승으로부터 하나씩 차례로 빼앗아 간 것이다.
한국 바둑계의 90년대는 말 그대로 조훈현 9단과 그가 벌이는 사제지간의 뺏고 빼앗기는 바둑전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한국 내 모든 타이틀을 놓고 둘이서 벌이는 혈전에 한국기원의 모든 기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를 지배하는 용과 이제 호랑이로 변신한 그의 용호상박의 대혈전에 그 누구도 나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승 조훈현과의 전쟁
그때까지도 중학생이었던 이창호는 조 9단의 집에서 숙식을 하며 내제자 생활을 할 때였다. 대국이 있는 날이면 같이 집을 나서 같은 차편으로 대국장으로 향하며 한국기원 대국실에서 다시 만나 혈전을 벌이고 지방에서 열리는 결승 대국에서는 같이 여행을 떠나서 그곳 대국장에서 마주 앉아 대결을 펼치는 이상한 형태의 사제대국이 몇 년째 계속 된 것이다.
이런 괴이한 상황은 90년 그가 국수위를 조9단에게 빼앗을 때까지 계속됐다. 보통은 내제자가 되면 성년이 될 때까지 스승의 집에서 머무르는 것이 정상이었으나 사제지간의 대결이 너무 치열하여 두 사람 모두 고역이었을 것이다. 특히 결승대국이 있는 날이면 창호가 작은 엄마라고 부르는 조 9단 부인의 배웅을 받으면서 누구보고 잘 싸우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가늠할 수 없는 돌부처
도대체 이 사람은 바둑을 두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웬만해서는 상대편 대국자와 얼굴과 눈을 맞추지 않는다. 그저 눈을 내리깔고 바둑판만 바라본다. 반상에서는 피바람이 불어오건만 한치의 흔들림이나 미동도 없다. 세상을 달관한 도인의 표정일까. 아니면 음흉한 노름꾼의 포커페이스라고 할 수 있을까.
반상의 여제 루이 9단은 그의 이런 표정을 보면 강렬한 전율을 느낀다고 한다. 승부사로서의 직감으로 볼 때 무시무시한 카리스마 눈빛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일세를 풍미한 일본의 후지사와 기성은 그를 한국의 미야모도 무사시(일본 전설의 검투사)라고 부른 바 있다.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그런 그도 이제 불혹의 나이를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바둑세계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책을 만들기도 하였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승부’라는 제목의 이창호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더 커다란 승리를 향해 나를 버려라, 는 부제와 함께 하고 있다.
이기려고 위험한 곳을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만이 용기가 아니다. 위기의 고통을 참아내며 기다림으로 버티는 것이 더 큰 용기이다. 언젠가 기회는 꼭 온다는 신념을 가지면서 기다려야한다, 책 속에 나오는 말 중의 하나다.
choi1581@daum.net
이창호(李昌鎬): 1975년 7월29일 전북 전주 출생, 세계바둑대회 통산 21회, 최다 우승 기록, 대회 연속우승 41연승 기록. 국내 타이틀 140회 우승, 최다우승기록. 1년간 상금획득 10억 돌파.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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