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만 한인, 제대로 모일 곳조차 없어서야...”

지난 2014년 12월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에서 한인커뮤니티센터 건립 모금을 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에 한인 커뮤니티 센터를 짓자는 한인사회의 오래된 염원이 조금씩 영글어 가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되는 거냐?’는 의구심이 똬리를 튼 가운데도 워싱턴 한인커뮤니티센터 준비위원회(KCCOC)는 올해 들어 첫 삽을 뜨기 위한 실제적인 행진을 시작했다. 고무적인 사실은 워싱턴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연합회는 물론 주미대사관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혀 올해엔 센터 건립운동이 가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부자에게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501(c)3 비영리기관에 등록되면서 활발한 모금활동도 가능해졌다. 이에 본보는 앞으로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한인 커뮤니티 센터 건립운동의 역사와 현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순서>
→1 커뮤니티 센터 왜 필요한가?
2 건립 추진의 역사와 실패 이유
3 센터 건립 성공으로 가는 길
4 준비위의 현황과 비전
5 워싱턴 총영사,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회 의장 인터뷰
6 한인사회 지도자 좌담회
행사 등 실용적 공용시설 절실
“워싱턴 지역에 한인이 20만 명이나 산다고 자랑하는데 식당이나 교회 말고는 제대로 모일 장소도 하나 없습니다. 2세들 보기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 단체장의 볼멘소리처럼 워싱턴 한인사회의 현주소는 미국의 수도에 산다는 자부심에 걸맞지 않게 초라하기 그지없다. 수백 개의 단체들이 워싱턴에서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 사무실을 갖춘 단체는 손꼽을 정도다.
비엔나의 한미과학협력센터 외에는 변변한 회의나 세미나 공간이 없다보니 각 단체들은 행사 때마다 장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불필요한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
1987년 구입한 애난데일의 워싱턴한인연합회관이 있으나 면적이 1천 스퀘어 피트에 불과해 30명 규모의 회의 외에는 용도가 전무한 실정이다. 더구나 연합회 행사가 아니면 공간을 빌려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회의는 물론 작은 공연, 전시회를 계획해도 장소문제로 고민에 부닥치기 일쑤다. 한 미술가는 “얼마 전 작은 전시회를 열려고 했으나 상업용 공간은 너무 비싸고 결국 식당밖에 없더라”며 문화공용 시설 하나 없는 워싱턴 한인사회의 실태를 개탄해했다.
이 같은 공공시설 부재현상은 종교계로 눈을 돌리면 달라진다. 300개가 넘는다는 개신교와 천주교회 등은 한인사회에서 나오는 연 수천만 달러의 예산으로 교회 내에 문화, 교육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 공간이라 일반 한인들의 이용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
한인사회의 연륜이 쌓이고 인구가 팽창하면서 정치력과 경제력은 현저히 신장됐으나 교회 외에는 마땅한 사랑방 공간조차 없는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 센터는 한인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회의나 행사, 문화공연 등 실용적 공용시설로서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인사회 노령화에 따른 노인 공간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 1세들의 쉼터, 여가 활용과 재충전의 장소, 교류와 횡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공간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동포들의 문화적, 사회적 욕구와 필요성을 원 스탑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공간으로 커뮤니티 센터는 반드시 건립돼야 한다.
동포사회 역량 결집의 장
한인사회가 다른 커뮤니티와 다른 점 중의 하나는 구심점이 없이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한인회관들은 소규모이거나 임대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 커뮤니티와 종교계가 분리돼 있어 한인 커뮤니티의 역량 결집이 어려운 실정이다.
힘은 모일 때 생기는 것이다. 비영어권에 인구도 적고 생활과 종교방식이 다른 유대인들이 미국의 주인이 된 힘의 배경에 바로 주이시 센터가 있다. 한인사회와 달리 종교와 커뮤니티가 일치화 돼 인적, 물적 자원의 통합이 가능하기에 그들은 미국에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 센터는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한인들의 힘과 역량을 결집하는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뭉치는 힘을 통해 주류사회에서의 정치력 신장이란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2세대들을 위하여
커뮤니티 센터는 실용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용도 외에도 한인 2세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미국 이민 100년을 지나며 동포 사회는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형성된 동포사회는 이제 이민 1세대들의 은퇴로 와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전환기적 상황을 맞았다.
1세들은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성장한 2세들은 한국을 모국으로 인식하는 정체성이 낮은데다 1세대들과 소통과 이해가 거의 없는 편이다. 워싱턴을 비롯한 재미동포 사회의 영속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으며 단절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적 시점에 1세와 2세가 만나 민족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미래교육을 하는 장으로서도 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다.
문흥택 전 한미교육재단 이사장은 “현재 2세대들에게 정체성 교육을 시키는 한국학교 대부분이 교회에 부설돼 있는데다 규모도 작아 실효성 있는 교육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커뮤니티 센터가 있으면 2세 한글 및 정체성 교육의 안정적 전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고 1세와 2세가 만나 대화와 소통을 하고 세대간 단절을 잇는 교량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문화의 전파 기지
미국인들과의 민간 교류, 민간 외교의 장으로서 커뮤니티 센터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 전직 한인회장은 “재임 시에 미국인들을 초청한 행사를 하려고 해도 한식당 말고는 변변히 없어 한인 커뮤니티를 좀 더 이해시키고 권익을 증진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면서 “타국의 국민과 소통하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요즈음 커뮤니티 센터가 미 주류사회와 한인들이 소통하는 장으로서 한인사회의 권익을 높이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류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전파하는 민간 기지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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