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5세... 나이 잊은 ‘아름다운 도전’ 화제

1977년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을 앞두고 베이스 캠프에 모인 한국 원정대원들. 앞줄 오른쪽이 이윤선씨.

1고상돈 대원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던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이윤선씨.
설산에서 불어오는 미지의 바람, 거대한 빙벽 앞에서의 황망함과 끝이 보이지 않는 크레바스, 그리고 9월15일 12시50분….
올해 일흔 다섯,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의 이윤선 씨에게 1977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당시 김영도 대장이 이끌던 18인의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원이었던 이 씨는 고상돈 대원이 한국 최초로 세계 최고봉에 오른 짜릿한 감동의 순간도 함께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시도 잊을 수 없는 젊은 날의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든 대원의 팀워크와 초인적 도전정신으로 세계 최고봉에 태극기를 꽂은 겁니다.”
고상돈 정상 오른 1977년
한국 원정대원 MD 이윤선씨
39년만에 다시 배낭 꾸려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롭게 쓴 주역의 한 명이었던 이윤선 씨가 39년 만에 다시 히말라야를 찾는다. 탑 여행사의 아웃도어스 클럽이 마련한 일반 한인들의 히말라야 트레일 팀에 참가해 추억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는 22일 ‘귀향’을 앞둔 일흔 다섯의 묵직한 산사나이는 “청춘의 그 숨 막히던 현장으로 다시 간다 하니 소풍 날 받아놓은 아이처럼 기쁘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이 씨는 16박17일 일정으로 에베레스트를 찾아 해발 5,300미터의 베이스캠프까지 오를 계획이다.
“베이스캠프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네요. 당시에는 네팔 정부가 1년에 봄, 가을 단 두 차례만 외국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받아 우리 밖에 없는 순결한 곳이었는데 상업 등정이 유행하는 요즘은 많이 변했을 겁니다.”
이 씨에 따르면 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쾌거였다. 히말라야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첨단 장비도 없었다. 72년부터 대한민국 최정예 산악인들로 원정대가 구성됐으며 강원도 교육위원회에 근무했던 이 씨는 강원도 ‘대표’ 격으로 원정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지리산과 한라산 등지에서 맹훈련을 했으며 원정을 한해 앞두고 3명의 대원을 설악산에서 눈사태로 잃는 아픔도 겪었다.
“그 때만 해도 에베레스트 가면 죽는 줄 알던 시절이었어요. 갓 결혼했지만 제 아내도 대학 산악부 출신이라 크게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외아들이라 못 간 대원도 있었어요.”
원정대에서 이 씨는 총무와 무전 연락 등 역할을 맡았다. 고상돈 대원이 등정에 성공한 소식을 이 씨는 베이스캠프 2에서 무전으로 듣고 전 대원들에게 낭보를 알리기도 했다.
“세계에서 8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겁니다. 제가 한국에서 의료용 알콜 병에 진짜 소주를 담아 숨겨 갔는데 그 술로 깜짝 축하 파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하산해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그 후 이윤선 씨는 공직생활을 하다 1986년 이민을 결행했다. 생업에 바쁠 때도 주말에는 부인과 산에 오르는 등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에베레스트는 항상 가보고픈 곳이었지만 엄두를 내기가 힘들었는데 탑 여행사에서 모집하는 걸 보고 신청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간다고 특별한 준비는 안 합니다. 먼 길 앞두고 몸이라도 상할까봐 요새는 몸조심을 더 하고 있습니다. 39년 만에 다시 그 순결한 설산을 오르는 걸 생각하면 꿈을 꾸는 기분입니다.”
<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