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누구도 설령 그가 요청한다 하더라도 치사적인 약물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하도록 제안 하지도 않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이 모든 행위에 최고의 지침을 주듯이 의사에게 최고의 지침을 주는 것은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6월9일부터 가주에서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는 존엄사법인 ‘삶의 종말 선택법’(End Of Life Option Act)이 발효되었다.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 면허에 살인 면허도 포함된다는 것 인가? 죽음에 이르고 싶을 때 필수적으로 의사의 참여,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사는 무조건 살려야 된다는 본능적인 태도로 환자를 보아 왔다. 간혹 쇠약한 환자분이 빨리 죽고 싶다고 하면 아픔을 느껴야하는 이세상이 아무 고통 없는 저세상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희로애락이 인생을 채우지 않는가.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 않는가.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의사냐? 하는 비난을 할 수도 있겠지.
이미 존엄사법을 시행 중인 오리건 주의 통계를 보자. 죽음 선택 동기의 90% 이상이 거동 제한이나 신체 의존의 대한 좌절감과 주위에 끼치는 부담감이었다. 그중 25%만이 심한 통증을 겪었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약물이나 다른 방법으로 진통의 해결은 가능해졌다.
삶은 그 자체가 존귀이며 은총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할 시대에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마저 이법에 서명을 해 버렸다. 이 같은 법 이전에 먼저 주정부는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 의료보조 환경을 더 높은 차원으로 개선시키고, 그들의 사회생활에 도움 주는 제도를 마련했어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교육과 상담 등에 힘썼다면 그들이 받는 고통, 거동 제한이나 신체 의존을 개선해 존엄사 법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죽음의 결정을 내리는 환자에게 충분한 사전 상담과 의식 개선에 노력을 한다면, 생명의 가치가 죽음의 가치보다 높게 삶의 충만감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을 것이다.
죽음에 관한 여러 예를 보자.
실존적인 기독교인인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죽음이란 모든 생명 안에 포함하는 작은 일에 지나지 않으며 건강과 힘으로 충만해있는 경우에만 생명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죽음 앞에 서있을 때 더욱더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즉 죽음을 앞두고 더욱 삶과 생명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존주의 문학가 까뮈도 ‘이방인’에서 죽음 가까이에서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즉 삶의 가치가 죽음 앞에 서면 새롭게 강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시한부 생명에 새로운 의욕을 주고 아름다움과 삶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 것이다.
의사들에게 많이 읽혀졌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교수는 불치의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 더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죽음을 소중이 여기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최후의 날이 올 때까지 적극적인 삶을 살았다. 아직 남아있는 6개월을 충실히 살아본다면 그 남은 시간에 6년이나 60년 동안 못 가져본 귀중한 삶의 의미를 누리는 충만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한 의사로서 환자에게 죽음에 이르는 약 세코날의 처방은 안할 것이다. 그 보다는 남은 6개월이 얼마나 삶 전체에 큰 비중을 줄 수 있고, 삶은 그 자체가 존귀이며 은총이라는 것을 설득하고 진통은 현대의학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조언해 줄 것이다. 이것이 생명존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 시대에 종교적인 겨자씨 한 알의 가치로서도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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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청원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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