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 사이에 자주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TV 드라마는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이다. 이 드라마는 고려시대 태조부터 광종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드라마가 갖는 허구성과 개연성을 가미한 시대극이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회를 기다리는 이유는 화면을 아주 밝게 만드는 적어도 일곱명 이상 등장하는 왕자님들을 보는 재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다 할 수 있는 이유는 황권을 둘러싼 고려황실 내에 벌여지는 정치싸움과 궁중암투라는 전쟁 속에 문득 훔쳐 볼 수 있는 형제애와 사랑의 전쟁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지난 24일, 애난데일 감리교회에서 있었던 세명의 왕자들의 전쟁, ‘쓰리 테너스' 연주는 드라마 '달의 연인'을 보는 이상의 설레는 감흥을 주었다. ‘쓰리 소프라노', ‘쓰리 바리톤' 무대들도 있는데 왜 여전히 청중들은 ‘쓰리 테너'들의 무대에 열광하는 것일까?
가장 큰 공로는 역시 지금은 고인이 된 파바로티와 금년 10월 2일 한국을 방문해 잠실체육관에서 콘서트를 가질 도밍고, 스페인 가수 카레라스가 이루어 놓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성'이다. 1990년 로마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 날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 아래 첫 공연하면서 시작된 쓰리 테너스 음악회는 2005년 6월 멕시코 연주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많은 음악 비평가들이 쓰리 테너 콘서트가 대중을 자극하는 하나의 성대한 쇼에 불과하다고 공격했지만, 쓰리 테너 콘서트는 실지로 청중들에게 어렵게 여겨지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벽을 부수고 친근하게 다가서도록 함으로서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시킨 큰 공로자이다.
관중들이 쓰리 테너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성악인들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장르는 오페라이다. 모든 오페라는 아니지만 대개의 오페라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은 바리톤의 역할에 비해 테너는 젊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역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리톤의 경우 '바쏘 부포'라 하여 극중 재미를 더해주는 역이거나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 혹은 소리의 무게로 인한 왕이나 대제사장 역이 많다. 그리고 테너가 맡는 역할은 '왕자'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젊은 에너지에, 반짝 반짝 빛나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세 명의 왕자님들이 한 무대에서 각각 다른 색깔의 소리로 하이C(고음)를 지르며 서로 지지 않으려 싸울 때 청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을 서정적인 테너의 아리아로 호소하기도 하며 다양하게 연출해내는 에너지에 청중들은 매료당할 수밖에 없는 듯 하다.
지난 17일일 ‘쓰리 테너스' 연주도 그러했다. 솔직하고 순수한 빛깔로 열여덟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주종식 테너, 나의 심장에 하트를 꽂고 뱃속 깊은 연민의 정까지 끄집어 올리는 감성의 신윤수 테너, 그보다는 조금 이성적이지만 예술성과 고상함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는 남성원 테너의 연주에 청중들은 사랑의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워싱턴 수도권 지역의 무대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테너들이며 각자의 개성과 빛깔은 달라도 아름다운 미성의 소유자라는 면에서 어떤 누구도 부인할 수없는 ‘소리 미남'들이다.
지금 이들 ‘소리 꽃미남 왕자님들'의 '사랑과 전쟁'이 시작되었고 그들의 음악세계로 이 시대의 대중들을 끌어들이며 매료시키기고 있다. 앞으로 계속될 그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소망하며 감사와 축하의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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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워싱턴음악인협회 전회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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