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때문에 온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또 이를 지켜보는 세계인들이 모두 대통령 얘기를 한 마디씩 거들며 혀를 찬다. 욕하고, 걱정하고, 조롱하고, 빈정대면서……“오 미국,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한 때 위대했던 나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선거 다음날 아침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의 1면에 실린 칼럼 제목이다. 자기 나라도 아닌 이웃나라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두고 한 첫 마디로 보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발적이고 무례한 언사이다.
이웃나라에서 법에 정해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정당하게 뽑힌 그들의 지도자가 자기들이 예상했던, 아니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바랐던 사람이 아니라고 이런 식으로 오만하고 무례하게 재단하고 반응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언론의 태도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논조의 언론보도를 읽는 독자들 중에 “어! 이 거 좀 이상한데?”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다.
늘 그래 왔지만, 특히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미국의 언론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일방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편파적인 보도를 했다. 주류언론의 절대다수가 클린턴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면서 트럼프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해댔다. 언론매체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는 건 미국언론의 오랜 전통이니 이를 특별히 문제 삼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론이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 그들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차원을 넘어서 모든 지면과 프로그램을 총동원해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보도를 끊임없이 쏟아냄으로써, 사람들을 호도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은 고사하고 애초에 공화당후보로 지명되리라고 예상한 사람도 드물었다. 그런데, 그는 후보가 되었고, 대통령이 되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걸까? 미국인들이 집단으로 미쳐 버린 걸까?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친 건 미국인들이 아니라 미국언론들이다. 거대한 독재권력이 된 언론들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뉴스를 그토록 열심히 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정말 저렇게 저질이고 형편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미국 최고 명문 경영대학원을 나왔고, 거의 1년 가까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책을 썼으며, 저렇게 거대한 기업을 일궈냈고, 공화당 후보에까지 올랐을까? 뭔가 좀 이상한데?” 이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1년간 꽤 많은 사람들과 미국대선 얘기를 나눴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 했다.
오늘날 언론은 단순히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뉴스들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세상의 온갖 일들을 다루는 거대한 정보기관인 언론들은 어느새 거대한 독재 권력이 되어 세상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지배하려고 끊임없이 사람들을 조종하고 세뇌시키고 있다. 웬만한 사람은 스스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자기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매체들 중 비교적 자기 생각과 같은 논조를 펴는 매체만을 주로 보고 그들의 보도는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해방은 권력으로부터 벗어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놓은 당신의 ‘생각’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가능하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말이 새삼 무섭게 다가온다. 어쩌다가 우리는 끊임없이 두 눈을 부릅뜨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겨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 요즘처럼 무서운 독재권력 언론으로부터 내 생각을 해방시키는 ‘독립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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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택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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