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애나하임 컨베션 센터에서 열린 부동산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컨벤션의 주최자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컨벤션은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농구 스타 매직 존슨 등 굵직한 연사들이 나와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강연을 했다.
나는 제주도 개발사업에 트럼프의 투자를 연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참석했다. 컨퍼런스에서 트럼프와 만나 인사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받은 인상은 겸손하기 보다는 자신감이 넘치고, 그래서 저돌적이라는 것이었다. 트럼프를 만난 이후 투자와 관련한 서류가 여러 차례 오가기는 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지금도 생생한 것은 당시 컨퍼런스가 열린 장소 곳곳에서 보이던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피켓들이었다. 지나놓고 보니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그때부터 이미 대통령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던 듯하다. 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을 뿐 10년이 지난 후 현실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독일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 어머니의 혈통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청년기에 부친의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 후 한결같이 부동산 사업에 열정을 쏟아왔다.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내내 그에게는 온갖 혹평이 쏟아졌다. 대부분 언론의 혹독한 비판까지 더해지며 그의 당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웃사이더’라는 후보로서의 포지션과, 기성질서에 대해 염증과 반감을 느낀 미국인들의 변화 욕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그는 불가능해 보였던 승리를 얻어냈다. 언론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경험에 있어서는 힐러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평가를 받았지만 변화를 이끌 후보로서의 자질에서는 트럼프가 크게 앞섰다. 때마침 시대적 상황이 변화를 요구하면서 트럼프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반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기조로 한 많은 공약들을 내놓았다. 항상 그렇듯 공약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는 당초 공약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고 현실과 타협하는 정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각론적으로 그의 정책을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해 보인다. 상당히 실용적인 노선을 취할 것이란 점이다.
트럼프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 대단히 논리적이거나 이론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사업가적 안목이 뛰어나다는 걸 부인하기는 힘들다. 이런 그의 배경은 앞으로 상당수 정책이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시행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4년을 쉬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변화가 미국의 국익과 국민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자신도 당선 후 자신을 뽑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쪼록 트럼프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쏟아 부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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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천 LA카운티 스몰비즈니스 커미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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