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부터 존경하던 목사 한 분이 계셨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 남북분단 시대에는 반공전선에 앞장섰다. 군사정부 때는 반독재 투쟁에 과감히 나섰고, 사회개혁에도 신선한 활동을 주도했다. 게다가 교회 담임목회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었다.
한국에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또 목회 일선에서 은퇴한 뒤에 대통령 직속 무슨 위원장에 취임했다. 군사독재 정권 때 국무총리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던 분이니까 그런 직책을 맡는다는 것이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재임 중 감사기관으로부터 정부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낭비항목은 ‘품위 유지비’였다. 낭비 액수가 그분이 목사가 아니었다면 대수롭지 않았다. 허지만 그 품위 유지비 때문에 평생의 품위가 먹칠 당했다. 특히 유학전공 분야가 바로 기독교 윤리였기 때문에 그 품위 유지비 낭비 사건이 평생의 뼈아픈 실수가 되었다.
품위라는 말은 원래 금화 은화에 포함된 순금과 순은의 비율을 뜻한다. 그 금은의 비율이 바로 금화와 은화의 가치척도 아닌가. 금화 속에 금이 없으면 위조지폐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의 가치도 바로 품위에 따라 평가된다.
우리는 개나 원숭이가 아무리 영리하다 해도 그것들에게 품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품위가 밑바닥인 사람에게 ‘개만도 못한 놈’이라 하지 않는가.
품위란 ‘사람이 갖추고 있는 기품, 위엄, 인격적 가치’(서울. 국어 대사전), ‘사회생활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람의 품성과 교양의 정도’(평양. 조선말 대사전)라고 풀이한다. 성경에는 ‘사람 속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라 했다. 개인은 인격, 학교와 종교는 교격, 국가는 국격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품위라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근본 바탕을 타고날 수는 있지만 수도자처럼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평생토록 갈고 닦아야 한다. 게다가 혼자서 스스로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인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교육이 중요하지만 학교 교육만으로 되지 않는다. 인품을 높이려는 ‘의도적 자기경영’이 중요하다.
2017년 새해가 되었다. 우리들 이민 1세대들에게는 자나 깨나 모국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서 속히 질서를 회복하여 고상한 국격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품위가 땅에 떨어진 것을 개탄한다. 청문회에 소환당한 전 현직 관리들과 제철 만난 듯 호통 치는 국회의원들조차 품격 제로인 것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평양 정권의 김정은이 코리안들의 품위를 형편없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모두 ‘위조인간’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곧 있게 된다. 그가 이제부터라도 역사에 남을 좋은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한다. 허지만 지난 선거에서 너무나도 형편없는 양대 후보의 품격 때문에 누굴 찍어야 할지 양식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고민했다.
어느 나라나 최고 통치자는 국민들과 그 후손들에게 영향력이 가장 큰 ‘교육자’의 역할을 한다. 미국 역사에서는 링컨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몹시도 불우한 집에 태어나 학교교육이라고는 3년 미만인 사람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인류 전체가 ‘가장 배울 것이 많은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거기에 비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는 배울 것이 너무 없다. 굳이 있다면 ‘돼지처럼 살아도 좋으니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돈과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는 독설일까. 미국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새해에는 온 지구가 품위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어라 말할까? ‘목사, 당신들 먼저 품위 있는 인간이 되시오.’ 그런 꾸중이 고성능 확성기에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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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근 성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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