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가 상승 힙입어… 스위스 등 선진국도 증가
▶ 전문가들 “세계경제 낙관론 이면에 디폴트 대비책”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주요 신흥국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동안 축소를 거듭했던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지난해에 들어서면서 방향을 전환했다.
이스라엘과 베트남, 체코의 외환보유고는 최근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태국 등도 지난 수개월간 외환보유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국가들에 속한다. 러시아는 지난 1월 외환보유고가 130억달러가 늘어난 3,90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간 단위로는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신흥국의 외환보유고가 이처럼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은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28%나 상승한 데 힘입은 것이다. 많은 신흥국들은 수출의 상당 부분을 원자재에 의존한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들에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것도 외환보유고를 늘린 또 다른 요인이다. 신흥국의 자본 유입은 지난해 근 60%가 늘어난 1,920억달러였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2014년 8조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그 후 중앙은행들이 환율 방어를 위해 1조달러를 소진하면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피치는 자본 유출 흐름이 지난해 멈췄다고 밝히면서 중국을 제외한 30개 주요 신흥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에는 3조9,000억달러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30개 주요 신흥국 가운데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국가는 3분의 2에 이르지만, 일부 중동 국가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이들 신흥국 전체의 외환보유고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도 지난 2월 69억달러가 늘어나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다. IIF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에 나선 영향으로 3,200억달러가 줄어든 바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다시 늘어난 것은 정부가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각종 조처를 한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신흥국은 물론 스위스와 덴마크 등 일부 유럽 선진국에서도 외환보유고가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250억 스위스 프랑 늘어나 월간 단위로는 2014년 12월 이후 최대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외환보유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각국이 금융시장의 충격이나 경제 하강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특히 수출입과 외채 상환을 위해 외화가 필요한 신흥국들에는 이 수치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러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우려할 부분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우 존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을 만큼 낙관론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경제를 우려해 달러를 쌓아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츠아량롄 웨스턴 자산운용 신흥시장 채권부문 대표는 “외환보유고는 개별 국가에 있어서는 위기와 디폴트에 대비한 보험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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