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들, 전문직 고임 직종 진출 늘었지만… 불리한 조건 흑인·히스패닉·이민자 남성이
▶ 저임 메우며 인종·계급간 불평등 더 커져
월마트 직원이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에 여성들이 주로 하던 카운터 점원 직종에 점점 더 많은 마이노리티 남성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 Chang W. Lee/NY Times]
■ 15년간 취업시장의 판도 변화
현대사회는 변화와 진화를 거듭해왔다. 남녀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졌고,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이에 따라 일터에서의 성비도 크게 달라졌다.
전에는 전통적으로 남성 영역이던 의료계, 법조계, 사업계에 여성들이 더 많이 진출한다고 해서 대신 여자들이 주로 하던 낮은 계급의 일자리에 남자들이 몰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미국 내 취업 시장에서 일어난 변화를 조사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지배적인 저임금 직종에 지금은 남성들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모든 남자가 그런 게 아니다. 취업시장에서 약자이고 불리한 조건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흑인과 히스패닉,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 빈곤층 그리고 이민자들이다.
새 연구에 의하면 여성들이 하던 일은 아직도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직종인데, 이제 취업의 기회는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과 계급에 따라서도 나뉘고 있다.
동시에 같은 기간 동안 남성이 지배적인 고급 전문직으로 진출한 여성들은 대부분 백인이고, 고학력자이며, 미국에서 태어났고, 기혼자인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이 연구는 루트거 대학의 사회학자 패트리사 A. 루스와 이 대학의 사회학 박사과정 중인 린지 M. 스티븐스가 함께 실시했다. 닥터 루스는 “취업 조건이 유리한 남자들은 불리한 사람들보다 여성이 다수인 직종에 들어가는 것을 쉽게 거부한다”고 말했다.
직장에서의 성비율은 평등의 문제 때문에 중요하다. 왜냐하면 남성이 대다수인 직장은 여성이 대다수인 직장에 비해 21%의 임금을 더 많이 지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가장 빠른 속도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잡들은 여성이 지배적인 직업들인데 반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잡들은 남성 위주의 직업들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하겠다.
연구 결과 더 많은 여성들이 진출한 직업은 대체로 전문직과 경영직이다.
2000년에는 대부분 남자들이 차지하고 있던 고임금의 높은 지위의 일자리들에서 2014년 여성의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과학계 수퍼바이저들 가운데 여성이 19% 더 많아졌고, 발병 전문의는 8%, 중역 수뇌부에는 5% 여성이 늘어났다. 2000년 이후 여성 비율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직업은 대부분 전문 직종이었던 데 반해 같은 기간에 남자들이 많이 늘어난 직업은 낮은 계급의 직종이었다. 2000년에는 여성이 대다수였으나 이후 남자들이 점점 더 많아진 직업들은 저임금 저기술의 잡들이다. 상점에서 물건을 팔고 고객들의 전화를 받던 여성들의 숫자는 10% 떨어졌고, 경비원과 카운터 점원의 경우 7%, 직물공은 5%가 줄었다.
한편 남자들은 여성이 지배적인 전문 직종, 예를 들어 간호 분야와 고등학교 교사 등의 고급 직종으로 진출한 비율이 적었다. 2000년에서 2014년 사이에 2%가 늘었을 뿐이다. 그 외에 원래 여성 숫자가 강세이던 직종들인 소셜 워커와 도서관 사서에서 여성의 숫자는 살짝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시장은 언제나 인종, 민족, 그리고 성별의 영향을 받아왔다. 남자들이 좀 더 나은 직업으로 옮겨가면 그 자리를 여성들이 메웠고, 여성들이 떠나고 나면 그 자리는 이민자들이 채웠다. 닥터 루스와 워싱턴 대학의 바바라 레스킨이 함께 했던 과거 조사에 따르면 1800년대에 미국 태생의 백인 남성들이 교사 등의 중간 계급 직종을 떠났을 때 그 자리에 들어온 것이 직물공장에서 일하던 미국 태생의 백인 여성들이었고, 그녀들이 떠난 직물공장의 일자리를 메운 것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었다.
이러한 현재의 직업시장 패턴은 전체적으로 불평등의 갭이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CUNY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스톤센터의 부소장 레슬리 매콜은 지적했다. 그녀는 새로운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결과가 과거의 다른 연구들과 일관된 흐름을 보여준다며 취업 시장의 개선을 원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성별이나 인종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임금 수준 사다리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일반 노동자 환경을 개선하는 일에 더 신경 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의사 헤일리 셰이퍼가 애완견 카보의 귀를 검진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수의사는 여성이 머조리티인 직종이 되었다.[사진 Joshua Lott/NY Times]
“사람들은 백인 남성 노동계급에만 너무 많이 집중한다”고 말한 그녀는 “그러나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노동계급을 바라보면 중요한 이슈는 임금, 경제적 안정, 취업 지원, 훈련의 모든 그룹에 비슷하게 걸쳐있다”고 주장했다.
루트거 대학 연구진은 센서스 자료를 사용해 448개의 직업을 분석했다. 2000년 현재 남자와 여자 중 한쪽 성비가 60% 이상이면 남성 위주의 직업 혹은 여성 위주의 직업으로 분류했고, 2014년에 여기서 최소 4% 이상 성비의 변화를 보였을 때 남성화됐다 혹은 여성화됐다고 분류했다.
조사한 직업들 중 헬스 케어 분야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단 한 분야를 제외한 모든 헬스 케어 직업에서 2000년 이후 여성들이 증가했다. 예외가 된 한 분야는 방사성 테라피스트들로 여성이 72%에서 65%로 줄었다.
여성 치과의, 검안의, 수의사는 모두 10%가 늘었다. 아직도 의사들의 대다수는 남자들이지만 약사와 수의사 등 일부 의료계 직종에서는 여성이 머조리티가 되었다.
2000년 이후에 여성들이 종사하던 저기술 직종으로 남자들이 들어간 것에 대해 경제학자 데이빗 오토는 사무직과 제조직 업무 등 중급 기술의 잡들이 많이 사라진 공동화 현상이 일부 기여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여성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그 분야에서 여성의 취업은 1979년에서 2007년 사이에 16%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남성들은 7% 감소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거의 균일하게 고급 기술의 직업으로 진입했고 반면 남성들은 저급 기술, 저임금 직업으로 옮겨갔다.
한 연구 조사에서는 남자들은 소위 핑크 칼라 직업(주로 여자들이 하는 낮은 계급 일자리)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결국 환자를 씻기고 침상을 갈아주고 하는 간호보조원의 직업을 택하는 남자들은 인종과 계급 때문에 이미 노동 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이 낙하문(trap door)이라고 묘사하는 이러한 현상 때문에 불리한 조건의 남자들만이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직업을 택하고 있다. 아직도 모든 수준의 일터에서 백인 남성 미국인들은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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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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