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의류업계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인 ‘파파야’가 지난 15일 LA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 지난 2010년 JS 어패럴, 2014년 ‘러브컬처’ 파산 이후 대형 한인 의류업체의 파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며 샤핑몰을 중심으로 미 전역에 100여개 리테일 매장을 운영하는 파파야의 파산 소식으로 다운타운 의류 도매업계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파파야의 파산보호 신청은 장사가 안돼 매상은 줄어드는데 매장 렌트비 등 비용은 계속 늘어나 회사가 생존하기 위해 취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파파야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 급성장과 급속도로 변화하는 소비자 성향과 패턴, 지나치게 높은 매장 렌트비, 경쟁업체들과 과다경쟁 등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들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파산보호 신청 배경을 밝혔다.
LA 인근 커머스에 본사가 있는 파파야는 최국환 대표가 1999년 설립한 회사로 연 매출규모는 1억3,400만달러, 직원 수는 1,400~1,500명이다. 파파야는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예정이며, 적자가 심한 30여개 매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은 그야말로 패션업계 수난 시대다. LA 최대 의류 제조 및 유통업체인 아메리칸 어패럴이 무너졌고,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웻실, 짐보리도 파산보호 신청업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시어즈, JC페니, 메이시스 등 다양한 브랜드의 의류를 판매하는 백화점 체인들도 매출 급감으로 상당수 매장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기로 결정하는 등 죽을 쑤고 있다.
향후 5년 간 전국적으로 샤핑몰의 25%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암울한 전망까지 등장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 스토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인 업체를 비롯해 미국 내 의류업체 매장 규모가 너무 큰 것이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경쟁이 치열해진 의류업계에서 커진 공간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의류업체들이 온라인 샤핑 보편화라는 ‘시대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것도 패션업계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오프라인 상점들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만 있으면 굳이 매장에 가지 않고도 원하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모바일 시대 개막 이후 10대들이 더 이상 패션에 열광하지 않는 것도 의류업체들에게는 악재가 되고 있다. “옷 보다는 전자제품이나 앱을 구입하는데 돈을 쓰겠다”는 것이 요즘 10대들의 생각이다.
한때 의류는 소비자들이 직접 매장에 가서 옷을 만져보고, 입어본 후 산다는 점을 들어 오프라인 판매가 계속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만져보고 입어볼 뿐 실제 구매는 온라인을 통해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많은 한인 의류업자들은 파파야의 파산보호 신청을 주류 패션업계 불황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파파야는 20년 가까이 한인업체들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아 왔으며 한인 의류도매 및 봉제업계와 함께 성장해왔다. 그런 회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이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파파야는 납품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체질개선을 통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
파파야 같은 대형업체 하나가 무너지면 중소규모의 납품업체들은 당장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원청-하청업체간 상생을 통한 ‘윈-윈’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한인 의류업계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파파야가 꼭 재기에 성공해 한인 의류업자들에게 내일을 향해 달려갈 힘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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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부국장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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