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30일 연방하원에서 10여년의 곡절 끝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세계여성인권 증진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범죄와 잘못된 편견, 풍속을 바로잡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결의안 통과 5주년이던 2012년에는 7월30일을 글렌데일시가 세계 최초로 일본군위안부의 날로 선포하였다. 아울러 많은 분들이 아껴주고 방문하는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이 2013년 같은 날에 세워져 건립 4주년을 맞았다.
하원에서의 결의안 통과는 돌로 바위를 치는 무모한 시도였다고 회고하는 분도 계시지만 돌이켜보면 세계사의 큰 흐름을 누가 따라가느냐의 싸움이기도 했다. 때로는 그 흐름이 막히거나 거꾸로 가기도 하지만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권의 확대증진이라는 대세는 순리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별히 결의안통과를 위해 총대를 메고 앞장서준 몇 분이 떠오른다.
10여년 간 결의안은 일본의 집요한 로비에 막혀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하지 못했고 어쩌다 상정되어도 표결에 이르지 못한 채 폐기되곤 하였다. 그동안 수고하던 에반스 의원이 암으로 정계은퇴하고 2007년 1월에 바통을 이어 받은 이가 일본계 3세 마이크 혼다 의원이었다.
태평양전쟁 발발 후 일본계 수용소 캠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모국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는 일이 미국과 일본의 우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역설하며 앞장섰다. 지난 선거에 당선이 되지 못해 7선에 그쳤지만 일본이 눈엣가시를 제거했다고 좋아하기에는 상황이 반대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기리고 싶은 또 다른 분은 2005년 2월15일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일본군위안부 공청회를 개최한 고 에니 팔로마베가 위원장이다. 며칠 전에 돌아가신 김군자 할머니를 비롯해서 이용수 할머니, 네덜란드인 피해자 오헤른 할머니 등 3인을 초청하여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증언이 알려지게 하는 큰 역할을 해주셨다.
내가 개인적으로 결의안 통과의 최고 공신이라고 여기는 분은 고 톰 랜토스 의원이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동맹국으로는 가장 많은 전비를 지원하고 있는 일본과의 국익을 고려하여 처음에는 결의안 발의자로 서명도 하지 않고 있었다. LA를 방문한 그를 HR121 남가주연대(현 가주한미포럼) 간사들이 마음을 다해 설득하여 적극 지지자가 되었다.
2007년 6월26일에 있은 외교위원회의 난상토론에서 일본이 이미 배상했다거나 한국과 일본의 문제에 왜 미국이 판사노릇을 하냐는 의원들의 반대견해를 직접 반박하며 39대2 라는 예상 밖의 압승으로 통과시켜 일본을 경악시킨 장본인이었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이끌 수 있던 데에는 홀로코스트 출신 유일한 생존의원이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결의안 통과 불과 몇 달 뒤에 암이 발견되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다음해 2월에 타계하셨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은 이제 단순히 결의안에 불과한 권장사항이 아니다. 혼다 의원의 노력으로 2014년 1월 하원에서 미국 국무부가 결의안에서 의결된 “시인, 사과, 배상하고 후대에 교육하는 일”을 일본정부가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을 법으로 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미주한인들에게는 전국적으로 일치단결하여 이룬 한인이민사에 빛나는 업적 중에 하나로 평가받을 것이다. 아베정부와 일본우익이 아무리 증거가 없고 매춘부들의 거짓말이라고 황당한 망언을 되풀이해도 하원의 일본군 결의안은 앞으로도 계속 유사한 결의안과 기림비 건립에 법적 근거로서 그 역할을 분명히 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전시여성인권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서 여성인권 증진을 위한 상징적 사건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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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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