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천경자 화백 둘째딸 수미타 김 교수 ‘천경자 코드’출판
▶ ‘미인도는 위작’증거 제시…남편 문범강 교수와 함께 분석

수미타 김 교수(왼쪽)과 미인도.
고 천경자 화백의 둘째 딸인 수미타 김 교수(MD 몽고메리 칼리지)가 최근 천 화백의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증거를 담은 ‘천경자 코드’를 펴냈다.
저서에는 클리프 키에포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자신의 남편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가 공동으로 뤼미에르의 단층사진을 활용해 6개월간 분석해 발견한 5개의 코드를 통해 미인도가 위작임을 분석한 내용이 실렸다.
천 화백의 다른 그림에는 인물화 속 홍채에 칼로 판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지만 미인도의 홍채는 텅 비어 있다는 것. 또 입술을 그린 방법도 다르고, 여타 작품에는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인중이 미인도에만 존재한다는 점도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근거라는 것.
김 교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시 불거진 소위 위작 미인도 사건과 이후 뼈저리게 느꼈던 진실의 실종은 과연 진실과 정의에 우리가 무조건 부여해왔던 가치가 여전히 존재하는지 의심하게 했다. 거짓말이 춤추는 사회가, 상상하지 못했던 책을 쓰는 일로 나를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책은 미인도라는 사건의 부조리함과 한 화가가 겪어야 했던 핍박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내 머릿속의 기억, 오래된 편지와 일기, 사진들을 하나씩 끄집어 내고 어머니와 인연이 있었던 분들을 만나면서 어머니의 흔적을 되짚는 여정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저서는 ‘혹시라도 어머니가 여성이라서 좀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1장), 거짓의 구조(2장), 검찰, 과학을 부정하다(3장), 눈이 싸늘하게 타는 여인(4장), 어찌 찔레꽃 향기나 찾는 뱀을 그리랴(5장), 천경자 코드로 구분돼 있다.
김 교수가 이번에 책을 출간하면서 천 화백 유족과 국립현대미술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인도’ 진위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인도’는 어떤 작품
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가짜”라고 항변…26년째 위작논란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미인도는 본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장하고 있었다. 10·26 사태로 김재규의 재산이 몰수되면서 미인도도 정부로 소유권이 넘어갔고, 곡절 끝에 1980년 5월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로 들어가게 됐다.
10년간 수장고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이 1991년 3월 기획한 순회전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작에 포함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하지만 천 화백은 이 그림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뉴욕에서 별세한 천경자 화백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를 보고 가짜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절필을 선언하고 그 해 4월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는 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화랑협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감정위원들은 그림의 양식적 특징과 색채 기법, 안료 등이 천 화백의 화풍과 일치하므로 진품이라 결론 내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고 발표했으나, 천 화백의 유족은 이에 반발한 바 있다.
26년째 진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미인도’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 특별전 ‘균열’에서 작가 이름 등 아무런 설명 없이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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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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