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광렬·오민석 판사, 피의자 일부 석방하자 일각서 “적폐 판사” 공격
▶ “재판 결과 이견 제시 가능하지만 신상털기는 법치주의 훼손” 우려

정치적으로 재판 결과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한국시간 4일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적폐 청산’ 바람이 불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가운데 일부 판사들이 구속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하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이 구속적부심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피의자 일부를 석방하자 법원과 검찰 사이에서 시작된 논쟁은 여야 정치권과 네티즌뿐 아니라 법원 내부로도 번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이 판사들을 ‘적폐 판사’라고 공격하면서 ‘신상 털기’에 나섰고, 여당 정치인들도 비난에 가세했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신광렬(53)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오민석(48)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이다. 신 수석부장판사는 구속적부심을 통해 이명박정부 당시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석방했다. 또 오민석 부장판사는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2일 박근혜정부 시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국정원의 불법 사찰 등에 관여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최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최 전 차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 관계, 소명되는 피의자의 범행 가담 경위와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불법 사찰과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우 전 수석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최 전 차장이 방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최 전 차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요 혐의 사실에서 공모 관계에 있는 우 전 수석 구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과 24일 구속적부심에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정치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석방했다.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이 석방 이유였다. 형사합의51부는 지난달 30일에는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인 조모씨까지 석방했다.
또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달 25일 전병헌 전 정무수석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강 판사는 “피의자의 범행 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전 전 수석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참모로 ‘구 적폐’ 수사와는 무관한 인사이기 때문인지 그의 석방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구속된 피의자가 잇따라 석방되자 검찰이 반발했고, 일부 정치인도 여기에 합류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김관진 전 장관과 임관빈 전 실장의 구속적부심을 맡은 신광렬 수석부장판사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이자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신 수석부장판사에 대해 “우병우 전 수석과의 특수관계설이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범죄를 부인하는 김관진 피의자를 구속 11일 만에 사정 변경 없이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석방시킨 신광렬 판사는 우병우와 TK(대구·경북) 동향, 같은 대학(서울대 법대), 연수원 동기(19기), 같은 성향”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적폐 판사들을 향해 국민과 떼창으로 욕하고 싶다”고 비난했다.
인터넷에서는 신광렬 수석부장판사와 오민석 부장판사에 대한 신상 털기와 막말이 이어지기도 했다. 오 부장판사는 우병우 전 수석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지난 2월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을 기각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법과대 교수들은 일부 판사에 대한 신상 털기와 험담 등 명예훼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전국 60여개 법대 교수 4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지난달 27일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와 같은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판사들 간의 내부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은 1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매우 걱정되는 행태”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영장심사를 통해 피의자 구속을 허용했다가 이후 이의를 제기한 3명에 대해 구속적부심사를 거쳐 석방 결정한 것을 비판한 현직 법관의 SNS 글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엇갈린 견해가 나왔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의 최근 김관진 전 장관, 임관빈 전 실장, 전병헌 전 정무수석 측근에 대한 석방 결정 비판 글을 두고 일부 판사들은 “적절한 검토 없이 감정이 앞선 비판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 부장판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법관 생활이 19년째인데 구속적부심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혁진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대해 이견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 등 재판 절차와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신상털기 등을 통해 판사를 인신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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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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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라는게 더 웃기네요.
저 두사람이 모든 사건 구속여부를 결정하는게 웃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