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바이얼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앞줄 왼쪽)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의 ‘비발디 연주’ 모습. [LA타임스]
12명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낸 음악은 늘 경쾌하게 시작하지만 옛 추억을 곱씹게 하는 아련함이 스며 있었다. 지난 9일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열린 고음악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Europa Galante)의 ‘비발디: 더 페어웰 콘체르토’(Vivaldi: The Farewell Concertos)는 끝나지 않는 박수 소리만큼이나 긴 여운을 남겼다.
발다사레 갈루피의 ‘시리아의 아드리아노 서곡’을 첫 곡으로 8곡이 연주되었는데 매번 앙상블 연주가 시작되기 무섭게 강렬한 템포로 절정에 다다르는 속도감에 놀랐고 비발디의 음악이 이토록 즉흥적인 연주로 자유로울 수 있음에 감탄했다.
바로크 바이얼리니스트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는 1990년 창단 이래 비발디를 재해석한 연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고음악 앙상블이다. 파격적이면서 창의적인 해석, 거침없는 자유로움을 뿜어내는 피온디의 바이얼린 선율은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언제나 러브콜을 받아왔다.
6년 전 디즈니 홀을 매료시킨 에우로파 갈란테의 ‘사계’ 연주를 듣지 못한 아쉬움에 유투브 영상을 뒤져 열심히 듣고 간 음악회였다. 가장 궁금했던 악기는 바로크 시대를 정점으로 유럽 고전 음악연주에 각광을 받은 ‘류트 테오르보’(Lute /Theorbo)였다. 만돌린보다는 크고 기타보다 현이 많은 류트 테오르보는 에우로파 갈란테 멤버인 지안지아코모 피날디가 연주했다.
이탈리아 시실리의 팔레로므 출신 비온디는 이번 연주회에서 18세기 중반 비엔나에서 즐겨 연주되던 비발디 바이얼린 콘체르토 222번과 189번, 378번을 선사했다. 청중을 사로잡는 번뜩이는 재기와 카리스마는 변함없었다. 게다가 그 어떤 연주회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그나츠 야콥 홀츠바우어의 플룻 콘체르토 D장조는 플루티스트 마르첼로 가티의 나른한 연주가 겨울 밤 꿈 속에서 찾아낸 봄기운을 뿜어냈다.
비온디는 1992년 맨체스터 음악 장서관에 보관돼 있던 비발디의 필사본을 토대로 한 ‘사계’(Four Seasons)를 발표했다. 그 간 들어왔던 ‘사계’의 연주 역사를 완전히 바꾸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는데, 비발디 음악의 특징답게 통통 튀면서도 우아한 사계가 이 필사본을 통해 당시 비발디의 실험정신과 자유로움이 거침없이 표현됐다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에우로파 갈란테’의 참신한 연주는 자극적인 해석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말 백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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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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