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특별한 시간을 제외하곤 이러한 현실을 잊고 산다. 특별한 시간이란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할 때나, 지인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자신이 심하게 아플 때이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은 대화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가끔은 잘못된 대화를 한 실수에 대한 후회도 있다. 대화는 알게 모르게 우리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대화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모와 성장 과정중의 자녀가 하는 대화이다.
하버드 대학 학생들에게 부모에게서 제일 많이들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괜찮아”였다고 한다. 이 말은 비난보다는 먼저 전적으로 수용해주고 난 후에, 풀어나가는 태도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비난부터 하면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대화는 서로의 이야기의 초점에 집중을 못하거나 빗나가던지, 상관없는 인물이나 일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나누었을 때, 험담이나 그 외에도 여러 경우가 있다. 가치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과 관련하여 법정 스님의 글이 떠오른다. “남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는 것은 다른 귀중한 것을 빼앗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읽은 후로, 나도 남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한국인은 정이 많고 마음이 열려 있어서, 아는 사람이 근처에 왔다가 들르지 않으면, 미리 연락을 하지 않은 것에 개의치 않았다. 예의가 없다고 하지 않고 서운하다고 했다. 가족과 같이 생각하며,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때문이리라. 그러나 미리 연락하고 시간을 맞추어 만나는 것이 합리적인 세상이 되었다. 대화를 마친 후의 느낌이 시간이 아깝지 않고, 후회스럽지 않고, 보람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대화란 진실을 바탕으로 하고, 상대방과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서로 주고받아야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나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대화 방식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어린 시절에는 자기 과시와 스트레스 해소가 주를 이룬다면, 성숙이란 주고받는 기술을 터득하는 것이다.
도로시 네빌은 “진정한 대화의 기술은 알맞은 곳에서 알맞은 말을 하는 것뿐 아니라, 안 맞는 곳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불쑥 해 버리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알맞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에 맞는 말을 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대화란 사는 동안 사람을 만나는 모든 순간에, 최선과 정성을 다해야만 하는 과업이란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독이 되기보다는 약이 되는 말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그만큼 말과 대화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 같다.
<유영옥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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