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였다. 5월이었는데 화창하고 더운 날씨이었다. 마침 바람이 불자 플라타너스 나무 꽃가루가 온 거리에 날아 다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면서도 무척 고통스러워했다. 그런데 당시 괴상한 소문이 돌았다. 미국 CIA가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려고 몰래 거리에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이었다. 문제는 나이가 많이 든 분들은 이 괴소문을 믿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당시 모스크바 사람들이란 회색 아니면 검정 옷이나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미친놈과 미국 놈만 웃는다는 조크가 있을 만큼 모두 무표정한 얼굴들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비록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로 남아있었다 해도 미국과 2대 강국으로서의 적대관계의 긴장감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그로부터 7년 후인 작년 가을에 모스크바를 방문하였다. 세상이 변해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밝은 표정이 대부분이었고, 옷은 대부분 화려한 색이었고, 거리에는 온통 미국 식당 간판과 카페뿐이었다. 비록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암투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반 시민들은 이제 세계를 둘로 가르고 반대쪽에 서서 미국과 겨루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개방된 세계에서 좀 더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 듯 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국민들 의식 속에 2016년 기준으로 인구는 남한의 3배 정도, 국민총생산은 남한보다 조금 못한 1,283조 달러(남한은 1,411조 달러) 이고 일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1/3 도 못되는 8,748 달러(남한 2만7,538달러)의 나라이다. 물론 핵무기야 훨씬 많지만 나는 그리 쓸모가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이러한 러시아는 미국과 국력을 비교하면 별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치고 올라오려는 중국을 상대로 일등국가의 위치를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래서 포위망 차원에서 트럼프가 러시아를 끌어들이려고 푸틴을 좀 다독거린 것이다. 그러한 국제 역학관계 일진대 왜 그리 트럼프 대통령을 못 살게 구는지 나는 아주 불만이다.
좀 오래 된 이야기지만 미국 첩보기관이 우방국가인 독일의 메르켈 수상 전화를 도청했었다. 당시 미국 첩보기관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미국의 언론, 논객들은 아무 말도 없었고, 독일도 별로 시비를 걸지 않았다. 다 서로들 그리 하고 있는데 별것이 아니다 했다. 다만 나는 미국 첩보기관의 도청 기술이 들킬 정도냐 하며 불만을 토로했었다. 러시아가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어떤 정부 기관이나 도청과 해킹을 하려고 또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 또한 그리 하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 심지어 북한도 김정은을 희화한 영화를 제작한 디즈니 영화사를 해킹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첩보세계는 다 그런 것이니 이제 러시아가 자행한 옛 해킹 타령 그만하고 트럼프 때리기 그만 두기를 바란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건곤일척 중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무역전쟁 중이다. 나는 미국이 이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은 미국이 하나의 상처를 입었다면 중국은 10, 20배의 상처를 받고 있다. 이제 시간을 조금만 더 끌면 미국이 이기게 되어있다. 나의 최대의 걱정거리는 중국은 고통도 잘 참고, 맷집도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에 언론이나 논객들이 미국 정부와 시민 모두가 좀 참자 해야 하는데, 철부지 같이 옥수수, 콩, 자동차가 안 팔린다 어쩐다 하며 오두방정이고, 남한 역시 긴 안목이 아니고 눈앞에 조그마한 손실만 따지느라고 오두방정이다.
그래서 나는 러시아와 중국문제에 관해서 미국 언론, 얼치기 논객, 그리고 긴 안목이 없는 한국 언론과 철부지 논객 모두에게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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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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