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전에 보면 ‘소소한’이란 말의 뜻은 아늑함, 안락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또는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즐거움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소소함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낭만파 소설가인 알퐁스 도테가 쓴 ‘소소한 이야기’라는 회고록을 읽어보면, 도테의 유년기와 기숙학교 시절, 파리에서의 삶, 작가로서의 첫 번째 성공담 등을 그 시절에 겪었던 소소한 감동을 한 편의 서사시로 풀어 놓은 듯한 감성적인 글이 적혀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행복감들. 도테는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행복해 했다.

프랑스의 도테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도 이 보다 훨씬 더 감동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1880년 여름 메릴랜드의 어느 시골에서 생필품을 가가호호 방문판매해서 생계와 학업을 어렵게 병행하는 가난한 고학생이 온 종일 뜨거운 한 여름 태양아래 물건을 팔려고 노력했지만, 하나도 팔지 못하고 기진맥진하여 길가에 주저앉았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체면불구하고 어느 집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예쁜 소녀가 나왔다. 젊은이는 소녀에게 물 한잔만 달라고 부탁했다. 소녀는 몹시 지쳐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알고, 큰 유리컵에 우유를 가득 담아 나왔다. 젊은이는 우유를 단숨에 마시고난 후 소녀에게 우유 값이 얼마인지 물었다 그의 호주머니에는 10센트 동전 하나만 남아 있었다. 소녀가 빙그레 웃으며, “저의 어머니는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젊은이는 소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 전하고 그곳을 떠났다.

10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소녀는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했고, 그 병원에서는 그녀의 병을 치료할 의사가 없어서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를 모셔왔다. 의사의 이름은 하워드 켈리. 소녀에게 우유 한 잔을 받고 학업에 전념해 저명한 의학박사가 된 그 젊은이였다.

켈리 박사는 최선을 다해 소녀의 병을 치료한 결과 죽음의 문턱에서 소녀를 구해 주었다. 켈리 박사가 그 고학생인줄을 몰랐던 소녀는 엄청난 치료비를 걱정하며 청구서를 펼쳐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당신의 치료비는 당신이 베푼 우유 한 잔으로 모두 지불되었습니다.” 이 하워드 켈리 박사는 세계최고 병원중의 하나인 존스홉킨스 병원의 설립자였다.

지난 6월 어느 날. 교회 여름성경학교가 종강하는 날이었다. 화씨 95도의 무더운 날씨에 나는 교회의 꽃밭을 손질하고 있었다.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 내렸다. 잠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는데, K 자매가 차가운 아이스크림 한 팩과 냉수 한 컵을 들고 와 나에게 주었다. 전혀 기대를 하지도 않았던 K 자매로부터 이것들을 받고서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느꼈다. 세상에는 많이 가진 자가 있으므로 넉넉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자가 있으므로 넉넉하게 되는 것이다.

참된 신앙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수련된 사람에 의한 사랑의 실천에서 개화(開花)된다. 그리스도의 숭고한 사랑을 남을 위해 몸으로 실천하는 일에 인색한 세상에 K 자매 같은 신실한 분이 교회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간 귀하고 소소한 행복함이 아닐 수가 없다.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