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미국에 안 온다고요?”

한 한인 식당업주의 말에서 중국인들이 LA 한인 경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과 중국이 양보없는 무역전쟁 와중에 미국을 찾는 중국인들의 수도 크게 줄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LA 한인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요식업과 소매업을 중심으로 중국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객의 40~50% 정도가 중국인 고객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국인 고객의 증가는 그만큼 미국에 오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연방국무부에 따르면 지난 5∼9월 미국의 관광·상용·학생비자를 받은 중국인은 작년 동기 대비 10만2,000여명 줄어 13%의 감소율을 보였다. 중국의 올해 국경절 연휴기간(10월 1∼7일)에는 미국을 찾는 중국인이 늘기는 커녕 줄어들었다.

중국인의 미국 방문이 급격하게 줄어든데는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관세 전쟁이 자리잡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9일 “무역전쟁이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신호가 나타났다”며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사용해보지 않은 막강한 무기를 갖고 있으며, 바로 관광객”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한인업계는 당장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여행을 금지한 ‘한한령’이 한국 경제에 준 피해를 한인들이 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방문객 감소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낸 업종이 요식업이다.

한인타운 주요 식당의 타인종 고객 중 중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한인 식당에서 중국말 메뉴판을 보는 일이 이제는 일상화된 지 오래다. 특히 6가와 알렉산드리아 부근은 ‘중국인 식당가’라고 불릴만큼 중국인 고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의 미국 방문이 금지된다면 한인 요식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삼계탕 전문점 한인업주는 “주말 저녁 손님의 40% 정도가 중국인들로 중국인 방문객 감소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중국인 손님들 대화 중에 USC에 재학 중인 아이들의 생활비 송금이 예전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인 마켓에서 중국인 샤핑객을 보는 일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채소류 및 과일류를 비롯한 세일 품목을 쪽집게처럼 구매하는 중국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H마트 마당몰점과 시온마켓 한인타운점은 상대적으로 중국인 고객들이 더 많아 중국인들에게 ‘한미령’이 내려지면 매출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H마트 마당몰점 관계자는 “중국인 샤핑객이 전체 고객 중 40% 정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인 미국 방문 금지가 되면 타인종으로 메울 수 없는 수준이어서 매출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산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인 화장품 판매업계도 중국인 미국 방문 금지가 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여성들이 한국산 화장품 중 기능성 화장품의 주요 고객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인 미국 방문 금지가 현실화되면 피해 업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