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주들에게 돈을 쓴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유년시절이 특별하길 바라고,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면 좋겠고, 우리가 아이들의 삶의 한 부분이라고 느끼게 해줄 방법이기 때문이다.
몇달 전 과거에 이 집에서 살던 사람의 앞으로 영국에서 발행된 카달로그 판매 책자가 한권 배달된 적이 있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한 멋진 상품 앞에서 멈춰섰다.
도자기로 된 접시였는데 주변은 파란색과 하얀색 별들이 반짝거리고 중앙에는 내 손녀딸이 가장 좋아하는 새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었다. 접시와 매치되는 머그잔까지 30달러에 살 수 있었는데 나는 주문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건 그저 하나의 어리석은 행동은 아니었다.
나는 아직 손녀딸인 바톨라를 내 아파트로 초청한 적도 없었는데 이 집은 간난아이에게 적절한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손녀딸이 살고 있는 브룩클린에 있는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곧 아이가 자라서 지하철과 통근 열차를 탈 수 있게 되면 주말에는 아마도 이 할미와 함께 주말을 이곳 뉴저지에서 보낼 것이다.
나는 서서히 장난감과 책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아이가 본인 만을 위한 접시와 머그를 갖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럴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주문을 마친 뒤 나는 영국에서 오는 배송료가 물건값만큼 나가는 사실을 알게 됐다. 30달러짜리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접시 같은 것을 잘 깨뜨리는 어린 여자아이를 위해 60달러를 쓴 것이다.
어리석은 행동의 결론은 할미가 어쨌든 그 물건들을 샀다는 것이다.
나는 절약하는 편이지만 할머니 노릇을 한다는 것은 사람을 잘 속아 넘어가게 하는 일이지 않은가? 마케팅 리서치 회사인 NPD 그룹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주들을 위해 한해 구입하는 장난감이 액수로는 70억달러에 달하고 전체 완구 판매의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몇년전 AARP가 2,000여명의 조부모를 전화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이전 1년간 손주들을 위해 수백달러씩을 썼다.
4분의 1 정도 되는 조부모는 250~750달러를 썼고, 다른 4분의 1은 1,000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손주들을 위해 돈을 쓰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의 유년시절이 특별해지길 바라고,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주길 바라며,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더라도 우리가 아이들의 삶의 한 부분이길 느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사려 깊고 운이 좋다면 아이들이 수년간 보물처럼 여길 물건을 줄 것이다.
펜실베니아주 피닉스빌에 사는 크리스티나 맥골리 카니 씨는 본인의 아들이 어린시절과 청소년시절 내내 사용했던 담요 이야기를 해줬다. 얼마나 오래 사용했으면 원래 크기보다 쪼그라든 것이였지만 아이의 할머니가 줬던 담요를 아이는 대학에 가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할머니는 본인이 좋아하는 요리와 함께 주석을 단 요리책을 줬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애정이 담긴 이야기책과 잘 간직했던 동물 인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직접 바느질한 성찬 용품과 3대째 대물림되고 있는 생일 드레스 이야기도 들어봤다.
여기에 8살짜리 아이에게 샷건을 선물하고 몇년 뒤 강아지를 줬다는 할아버지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돈이 단지 돈 역할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 돈 씀씀이는 가족들을 경쟁관계로 말려들게 하고 아이를 위해 어떤 것이 가치 있는 것이냐는 논란까지 일으킨다.
더군다나 많은 조부모들은 이미 중산층 가정에 장난감과 게임과 스포츠 용품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낀다. 플라스틱으로 넘쳐나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굳이 천으로 된 샤핑백을 들고 다니고 부지런히 재활용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많은 물건들을 사줘야 하는 것일까?
3명의 손주를 두고 필라델피아에 살면서 본인을 환경운동가라고 소개한 게리 슈밋 씨는 “정말로 뭔가가 필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이 갖고 있어 새로운 것이 중요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녀의 아이들은 더 많은 물건을 둘 공간을 찾느라 진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최근 톨레도 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을 본 적이 있는데 유아들은 한번에 4개 정도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오히려 더 집중해서 가장 창의적으로 놀면서 오랜 시간을 즐긴다는 내용이었다. 한꺼번에 16개까지 장난감을 주면서 실험한 내용인데 너무 많은 장난감은 오히려 아이들의 주의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슈밋 씨 부부는 손주들에게 더 많은 물건을 주는 대신 더 많은 경험을 하는데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아이들과 짧은 휴가나 간편한 여행 등을 통해 풍경이 좋은 곳의 기차 여행이나 농장에서의 단기 체험 등을 함께 했다.
나도 비슷한 것을 하는데 매년 여름 케이프 코드의 별장을 2주일 정도 빌려 딸과 사위 그리고 해변을 사랑하는 손녀 바톨라와 함께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손녀를 위해 사는 장난감은 줄였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바톨라의 옷을 사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고 나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다.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는데 아이들의 옷은 절대적으로 ‘줄이고-재사용하고-재활용하는’(reduce-reuse-recycle) 구매에 해당된다.
만약 당신이 팩토리 아울렛과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즐겨 찾고 항상 세일을 기다리고 있는 나같은 최저가 매입에 관심이 많은 구매자라면 파자마 세트와 스웨터 등은 그렇게 비싸지 않는 제품들이다.
그리고 이렇게 산 옷들이 바톨라가 훌쩍 커버려 입을 수 없게 되면 다시 아이들의 옷을 재활용하는 곳으로 보내주면 되는 것이다. 또 친하게 지내는 사존 에이미나 그 아이의 친구인 비 등이 와서 직접 전달해 주기도 한다.
이밖에 손주를 위한 의류 구매는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옷을 살 때 느끼는 끝없는 불안감과는 전혀 다른 완벽한 해방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노스트럼 랙에서 손녀에게 줄 선물을 훑어보는 내 경우에 과연 옷마다 멈춰서서 “이거 입으면 엉덩이 너무 도드라져 보이는 거 아냐? 이 드레스 나이에 걸맞는 거야? 수평으로 된 스트라이프를 감히 입으라고?” 등을 고민할까?
절대 아닐 것이다. 대신 “와, 공룡이 그려진 예쁘고 귀여운 티셔츠네. 사이즈 3이고 5.99달러로 가격을 내렸어. 사야겠다”라고 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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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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