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대량생산시스템(MPS)을 도입해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헨리 포드.
그의 이름을 따 ‘포드시스템’으로도 불리는 대량생산시스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다. 바나듐 합금이라는 신소재 채택이었다.
희귀금속인 바나듐을 강철에 소량만 가미해도 강도가 3배나 높아진다. 강도가 높은 만큼 강철 사용량이 줄어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었다. 부드러운 성질이라 부품 제작도 쉬워졌다. 가벼우면서도 강한 신소재는 자동차 산업에 날개를 날아줬다.
기회는 우연한데서 찾아왔다. 자동차 경주대회를 관람하던 포드가 유독 프랑스 차들이 사고가 나도 덜 부서지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다 그 비밀이 바나듐 합금에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포드가 바나듐합금으로 대량생산한 자동차가 ‘포드 T 모델’.
자동차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시절 포드는 850달러에 신차를 내놓았다. 이 가격은 10년이 지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자동차와 철강합금의 결합은 미국의 마이카 시대를 앞당겼다.
원소기호 23번인 바나듐이라는 이름은 1830년 스웨덴 화학자 닐스 세프스트룀이 붙였다. 아름다운 색을 띤다고 해서 스칸디나비아 미의 여신인 ‘바나디스’에서 따왔다. 하지만 이 물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1801년 멕시코 광물학자 안드레스 델리오는 새 원소를 발견했으나 신물질이 아니라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정한 탓에 원소 이름을 붙이는 영광을 얻지 못했다.
바나듐의 쓰임새는 광범위하다. 주로 합금재로 사용되지만 열에도 잘 견뎌 미사일 같은 무기와 엔진을 제작하는 데 쓰인다. 요즘에는 폭발 위험이 없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바람에 가격도 최근 3년 동안 10배 급등했다.
이런 귀한 금속이 충청도 일대에 대량 매장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해외광물자원개발협의회가 발간한 전문 서적에 한국·호주 합작회사가 국내 부존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매장가치가 10조원대라는 성급한 관측에 관련 광산주가 폭등하기도 했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공사 측의 입장이다. 관건은 역시 경제성이다. 희귀금속 대부분이 함유량이 극히 낮은 광석에서 뽑히다 보니 제련비용이 많이 든다. 기술력 확보도 과제다. 그래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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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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