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러시아에서 기상천외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거대한 플라스틱 거울을 지구 궤도 위로 올려 태양 빛을 지구로 반사한다는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직경 20m 거울로 실험한 뒤 점차 크기를 키워 최종적으로는 200m짜리 반사경을 설치한다는 세부 일정도 세웠다. 성공하면 여의도 9배 면적에 달의 100배 밝기로 빛을 겨울철 해를 몇 달간 못 보는 ‘극야(極夜)’ 지역에 제공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실험이 실패하고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극야’는 지구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탓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북위와 남위 극지 부근에서 겨울철마다 해가 지평선 위로 뜨지 않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일컫는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와 정반대 개념으로 지역에 따라 짧으면 며칠, 길면 수 개월간 계속된다.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적으니 당연히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1990년 핀란드는 ‘세계 1위 자살국가’라는 오명을 썼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무려 30명까지 급증했다. 일조량 감소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 탓이 컸다.
비록 자살예방 프로젝트로 오명을 벗기는 했지만 세계 최고의 복지도 자연이 주는 혜택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물론 어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노르웨이 북부에 위치한 마을 리우칸에서 보기 드문 공사가 진행됐다. 마을 언덕에 17㎡ 크기의 초대형 거울 3개를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햇빛을 반사해 극야와 지형 영향으로 1년 중 절반이나 해를 못 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낮은 반사율과 거울 크기의 한계로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는 힘들었고 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극야를 극복하기에 인간의 힘이 아직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지난주 일반 주거지로는 북극점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알래스카 북부 ‘우트키야비크’라는 마을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무려 66일간 지평선 위로 올라오지 않던 해가 1시간 남짓이기는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길고 길었던 ‘극야’가 드디어 끝났다는 신호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다시 떠오른 태양이 그 무엇보다 소중했으리라. 이렇듯 빛이 필요한 곳이 어디 알래스카의 마을뿐이랴. 아직도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하루 속히 찬란한 빛이 비추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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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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