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 최대의 니켈회사인 ‘노릴스크 니켈’을 놓고 러시아 양대 신흥 재벌 간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노릴스크의 주식 25%를 사들인 올레크 데리파스카가 자신의 알루미늄회사인 루살과의 합병을 추진하자 또 다른 재벌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양측은 언론을 통해 비난전을 주고받았고 주총장에서 치열한 표 대결을 벌여야 했다.
데리파스카는 포타닌으로부터 “90억달러를 줄 테니 회사를 넘기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단호히 거부했다고 한다. 양측의 갈등은 재계와 정부의 중재로 5년 만에 마무리됐지만 데리파스카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데리파스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40대의 젊은 나이에 러시아 최대 부호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옛 소련 붕괴 당시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는 인맥을 동원해 10여년 만에 러시아 금속 업계를 평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대계 금속 기업인 ‘트랜스 월드’의 부정 회계를 파악해 주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며 적대적 인수에 성공했던 사례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그가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가문의 여성과 결혼한 것도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데리파스카는 1990년대 러시아 알루미늄 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승자다.
당시 권력과 마피아가 등장한 알루미늄 전쟁에서 암살된 기업인들만 수십 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가 보유한 루살은 세계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로넥스트와 홍콩에도 상장된 글로벌 기업이다.
여기에는 권력과 밀착된 그의 치밀한 행보 덕택이 클 것이다. 2009년 데리파스카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로부터 밀린 임금을 제때 지급하라는 질책을 받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된 것은 단적인 사례다. 그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데서 당한 수모는 푸틴의 인기를 치솟게 만들었다. 그가 푸틴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국가에 이바지한 경제인’이라는 칭찬을 받는 인물로 유명해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 연방재무부가 데리파스카의 소유 기업 3곳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4월 데리파스카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했지만 대주주의 지분이 낮아지고 이사회가 개편됨에 따라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다. 데리파스카로 대변되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위험한 줄타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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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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