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프로골퍼 짐 퓨릭은 한때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문어’처럼 기이한 스윙을 구사한다는 조롱을 받아야 했다.
백스윙 때 가파르게 올렸다가 내려앉으면서 평탄하게 휘두르는 ‘8자 스윙’이 마치 칼춤을 추는 것 같은 변칙적인 동작이어서 프로선수답지 않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하지만 유일한 레슨코치였던 그의 아버지는 퓨릭의 자세를 교정해주지 않고 그만의 스윙을 자유롭게 키워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가 평범했던 아마추어 시절을 벗어나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킨 끝에 통산 17승과 6,869만달러의 상금을 수확한 것도 이런 남다른 노력 덕택이다. 골프 스윙은 단순해 보이지만 인체에 매우 부자연스러운 운동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심지어 골프를 ‘기하학적 악몽’이라고 몰아붙인 학자들도 있을 정도다. 더욱이 체형과 유연성·근력이 다른 골퍼들에게 똑같이 휘두르기를 요구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숱한 스윙 이론과 레슨 교습서가 등장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스윙으로 필드를 정복한 선수들이 적지 않은 것도 골프만의 매력일 듯하다.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는 호리호리한 체격임에도 ‘까치발 임팩트’로 평균 300야드를 훌쩍 넘는 비거리를 자랑한다. 임팩트 시 두 발을 점프할 정도로 강한 샷을 하면서 최대한의 힘을 실어 신체적 단점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백스윙 톱에서 한동안 정지했다가 다운스윙을 하는 ‘건널목 스윙’의 마쓰야마 히데키나 백스윙을 느리고 가파르게 들어 올리면서 왼손목을 거의 꺾지 않는 박인비의 ‘노코킹 스윙’도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 김혜윤은 어드레스에서 양발을 모았다가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할 때 한 발씩 옆으로 스텝을 밟는 ‘스텝 스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명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한 최호성이 미국 PGA투어에 데뷔하면서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닌다는 소식이다. 그는 볼을 치고 난 뒤 오른발을 들어 올린 채 왼발로 중심을 잡는 자세가 낚시채를 잡아채는 동작과 닮아 ‘미친 스윙’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최호성은 떨어지는 유연성과 부족한 파워를 만회하기 위해 독특한 스윙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얼굴이 다르듯 골프 스윙도 다르다”며 자신의 스윙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평소 자신의 스윙에 불만을 가졌던 주말 골퍼들이라면 ‘스윙에 정답이 없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필드에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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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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