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예일 등 내로라하는 명문대에 유명인사 자녀들이 대거 부정 입학한 ‘초대형 대입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지만 상당수 입시 전문가들은 ‘결국 터질게 터진 것’이라며 크게 놀라지 않는 눈치다.
미국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은 크게 ‘열린 문’(open door) ‘뒷문’(back door) ‘옆문’(side door) 등 세 가지라는 말이 있다.
열린 문은 정정당당하게 오롯이 지원자의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니 문제 될 게 없고, 뒷문 입학이란 지원자의 부모가 대학에 큰 기부를 하고 전형에서 베니핏을 받는 것이다. 뒷문을 통하는 경우 입학 사정시 가산점 부여 등으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완전히 합격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대입 비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여러 불법 행위로 학교에 들어가는 옆문 입학이다. 이번 스캔들에선 입시 브로커에게 뇌물을 주고 SAT 점수를 조작하거나 하지도 않은 종목의 체육특기생으로 가장해 명문대에 들어갔다.
점수조작 파문이 불거지면서 입학 전형에서 SAT와 ACT 점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대학이 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주류 언론의 관심은 체육특기생 전형으로 모아지고 있다.
체육특기생 옆문 입학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턱이 높은 명문대들도 체육특기생 전형을 통하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이 정도 부정이 판칠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번 스캔들에서는 부유층 자녀들이 대거 체육특기생으로 둔갑했는데 수법이 놀랍다. 소속팀과 수상 경력을 지어내는 등 프로필을 조작하고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 것처럼 사진을 위조하거나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진짜 운동선수의 사진에 수험생 얼굴을 합성까지 했다. 조정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학생의 사진을 위조해 조정 경력이 있는 것처럼 꾸며 입학했다.
체육특기생 선발은 운동부 코치에게 거의 전적인 권한이 있어 코치가 딴 마음만 품으면 얼마든지 부정이 틈탈 수 있다.
예일대 전 입학사정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코치가 추천한 학생들의 경우 학업수준 등 기본요건만 충족하면 합격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전했다.
미국 대학의 체육특기생 전형은 오래 전부터 ‘금수저 편법입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입시 부정을 많이 비판해 온 언론인 대니얼 골든은 “레거시 특혜나 기부입학과 달리 체육특기생 제도는 부모가 아닌 지원자 실력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공정한 입시제도지만 스쿼시, 요트, 스키, 조정, 펜싱, 승마 같은 귀족스포츠 종목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며 “특히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들이 이들 종목 위주로 체육특기생을 대거 선발함으로써 부유층 자녀만을 위한 입학통로로 전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체육특기생 전형은 ‘부자 백인학생을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NCAA(전미대학체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체육특기생의 61%가 백인, 아이비리그는 이보다 높은 65%를 차지했다.
체육특기생은 합격률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버드대의 경우 입시전형에서 지원자들은 학업 능력에 따라 1~6등급으로 평가하는데 체육특기생 4등급의 70%가 합격한다. 비 체육특기생이라면 같은 등급의 합격률은 고작 0.076%, 무려 1,000배 가까운 차이다. 또 1등급을 받은 체육특기생은 80% 이상이 너끈히 합격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16%에 그쳤다.
이번 초대형 입시 스캔들은 대학들의 입학 전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특히 체육특기생 선발에서는 보다 면밀한 조사 등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체육 특기생들의 옆문 입학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길 바란다. 공정성이 생명인 ‘스포츠’가 특정계층을 위한 편법 입학의 도구로 전용돼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허탈감만 준다면 곤란하다. 체육특기생 제도의 존속 여부를 포함해 대대적 개혁에 대해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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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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