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밤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 대의원 선거가 치러진 LA 한인타운 국제공원은 선거가 종료되는 8시 막판까지 봄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한인유권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이날 밤 기자는 주민의회 대의원 선거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면서 평소 주민의회 투표 때보다 많은 한인들이 출마했고 자원봉사자들도 더 많이 나와 투표를 독려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았다.
5일 집계 결과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 대의원 26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전체의 과반수가 넘는 16명의 한인 대의원들이 당선되면서 한인사회의 결속이 사실로 증명되었다.
한인사회는 지난해 LA 시정부가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 설치 방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한인사회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반발 이후 치러진 주민의회 투표에서 98.5%라는 압도적인 결집력으로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신설을 저지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미주이민 112년 사상 최초로 데이빗 류의 한인 LA 시의원 당선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한인사회는 오는 6월에 치러지는 LA 시의회 12지구 보궐선거에서 또 한 명의 한인 시의원을 탄생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현재 애니 조 후보와 존 리 후보가 12지구 보궐선거의 승자가 되기위해 20여명의 난립후보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만일 두사람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된다면 데이빗 류 이후 두 번째로 한인 LA시의원이 탄생하는 경사를 맞게된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커뮤니티가 마이클 우 시의원 이후 한 명도 내지 못한 LA 시의원을 한인사회는 두 명이나 내게 되는 셈이다.
LA 한인사회는 1992년 미주한인 이민사의 대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LA 폭동을 통해 정치력 부재의 커뮤니티가 어떤 고통을 겪는지를 체험했다. 한인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정치인이 없어 폭동의 희생양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해자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주류사회 언론의 보도에 한인사회는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폭동이 났던 바로 그해 11월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김창준 연방하원의원과 정호영 가든그로브 시의원을 당선시키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인사회는 지난해 5월 LA 시정부가 한인타운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 설치 방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는 데 맞서 수개월간 시위와 협상 등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인사회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지만 이에 걸맞는 정치력을 갖추고 있는 지는 많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무적인 현상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써가면서 한인사회의 권익을 위해서 봉사하고 실제로 대의원에 입후보해 당선되는 한인 2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여년간 LA 통합교육구에서 수학교사로 일했던 패트리샤 김씨는 지난해 5월 시작된 리틀 방글라데시 사태 당시 한인 2세들이 주축이 되어 커뮤니티 단체 ‘킵 코리아타운’을 결성하고 분할 위기에 처한 한인타운 주민의회 지역구의 상황을 적극 알리고 투표 동참을 호소하는 등 한인사회 결집에 앞장선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에 주민의회 대의원선거에 나서 당선이 되었다. 패트리샤 김씨는 “주민의회가 하는 일을 한인사회에 알리고 LA 시의회에 한인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을 충실히 하고 싶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27년전 LA 폭동이 발생했던 그날 3가와 호바트의 한 식당 앞에서 총격에 숨지면서까지 이재성군(당시 19세)이 지킨 한인타운을 이제는 우리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표로 지켜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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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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