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는 식당, 리커스토어, 마켓, 뷰티 서플라이 등과 함께 미주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대표적인 스몰 비즈니스 중 하나이다.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던 시절 세탁소는 미국에 갓 이민 온 한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업주, 종업원 할 것 없이 많은 한인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후끈후끈한 세탁소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아메리칸 드림 실현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
“세탁소 하는 한인 치고 자식이 잘못된 경우는 없다”는 말이 커뮤니티에서 회자될 정도로 한인 세탁인들은 근면성실함과 한국인 특유의 손재주를 무기로 미국 세탁업계를 확실히 장악했고, 2세들도 훌륭히 키워냈다.
세월이 흘러 아직도 한인이 주류인 세탁업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탁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불경기 장기화로 인한 지속적인 매출 감소, 렌트비·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비용 상승 등으로 세탁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인 세탁인들은 대부분 현 상황이 힘들다는 것에 공감한다. 남가주한인세탁협회 회장을 지낸 50대 세탁업주는 “한때 1,000개가 넘었던 남가주 내 한인소유 세탁소가 지난 수년간 크게 줄어 지금은 600~700개 남았다”며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말했다.
‘맘&팝’ 비즈니스 형태가 대부분인 한인 세탁소들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반면 대형 주류 세탁업체들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대형업체들은 픽업&딜리버리 서비스와 첨단 마케팅으로 승부하며 소규모 세탁소들이 주도하던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
오랫동안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하는데 사용돼 온 화학물질인 퍼크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한인 세탁업계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오는 2021년부터 퍼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퍼크는 간, 폐, 신경계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20년 가까이 유해성 및 토지오염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미 많은 한인 세탁소들은 퍼크를 쓰지 않는 친환경 세탁기계로 장비를 교체했지만 아직도 적잖은 업소들이 퍼크 사용을 중단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LA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은 “퍼크 기계를 친환경 장비로 교체하는데 적게는 4만5,000달러, 많게는 10만달러가 넘게 든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큰 비용을 들여 기계를 새로 들여놓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인 세탁업계는 분명 위기에 처해 있다. 다시 힘차게 도약하느냐, 아니면 힘없이 주저앉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 세탁인 권익옹호 단체인 한인세탁협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남가주에서 한인세탁협회는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982년 출범한 후 한때 1,200개 넘는 한인 세탁소가 가입하여 회원들의 권익신장과 한인사회 발전에 앞장섰던 세탁협회는 2000년대 들어 한인 세탁소 감소, 젊은 회원 영입 부진 등으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2008년 510명 수준이던 회원수는 10년 뒤인 2018년 184명으로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협회는 회장을 뽑지 못해 전직회장 3인 체제로 단체를 꾸렸고, 2019년 들어서도 회장 적임자를 찾지 못해 역대 회장들이 멤버로 참여하는 ‘발전위원회’ 체제로 당분간 협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인 세탁업계도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생존할 수 있다. 세탁인들이 똘똘 뭉쳐 하루라도 빨리 세탁협회를 정상화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대로 주저 앉기에는 세탁인들이 이뤄놓은 것이 너무 크다.
<
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