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동맥 협착 등 원인 다양, 뇌졸중 전조증상일 수도
A씨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고 눈앞이 까맣게 변하고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10~15분 정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다가 사라지곤 했다. 병원을 찾아 받은 진단명이 ‘흑내장(黑內障)’으로 불리는 ‘일과성 흑암시(一過性 黑暗視ㆍamaurosis fugax)’였다. 백내장이나 녹내장은 흔히 알려진 눈질환이지만 흑내장은 일반인에게 아주 생소한 질병이다.
일과성 흑암시는 외관상으로는 이상이 없지만 검은 커튼이 쳐져 있는 것처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력장애가 일어나는 증상이다.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단일 질환이라기보다는 여러 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증상이다.
동맥경화에 따른 경동맥(목동맥) 협착, 심장에서 생성된 혈전 등에 의해 눈으로 가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히는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김태기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특히 경동맥이 좁아져 있을 때 일과성 흑암시가 흔히 발생한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과 같은 혈관손상 위험인자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폐쇄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혈관을 넓혀 주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거대세포 동맥염, 루푸스(홍반성 낭창) 등과 같은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하는 질환, 혈액 점성이 높아지는 혈액질환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시신경염ㆍ압박성 시신경병증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이 생길 때에는 눈에 미리 신호를 준다. 뇌졸중으로 인해 눈에서부터 시각 중추인 뇌 후두엽까지 가는 경로가 손상되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複視) 현상이 올 수 있다. 대개 한쪽 눈의 시야가 손상되며 자꾸 여기저기 부딪히거나 운전하기가 불편해진다. 일과성 흑암시는 눈으로부터 시신경이 집합하는 대뇌까지 이르는 길의 혈관이 막히면서 생길 때가 대부분이다. 뇌졸중의 한 증상으로 순간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등의 일시적 시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사랑니 발치 등 순간적으로 신경에 무리가 가거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는 수술ㆍ시술을 받을 때도 일시적으로 흑암시가 나타날 수 있다. 시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른 시일 내에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은 저절로 호전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법이 있진 않고,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때가 많다. 하지만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 장애가 심해진다면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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