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도권 놓칠라’도입 적극 검토 ECB 총재“발행 진지하게 고려” 기축통화국 미국은 상대적으로 신중
중국이 디지털 화폐 실험에 속도를 내면서 유럽·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배를 받아왔는데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기에 주도권을 놓칠 경우 또다시 자국 통화가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독일 최대 상업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우리가 재건을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보고서를 펴내면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에서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디지털 화폐 전쟁에서 뒤지면 자국 기업이 다른 나라의 디지털 화폐와 정책을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66개국 중앙은행 중 80%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를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중앙은행들은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CBDC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수년 전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이나 일본 중앙은행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각국이 경기 부양에 사활을 건 가운데 디지털 화폐를 통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화폐는 마이너스 금리를 더 쉽게 이행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0월 “디지털 유로 발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디지털 유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도 밝혔다. ECB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정책위원회도 11일 통화 정책 관련 성명에서 “디지털 유로 발행에 따른 시장의 잠재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잠재적 발행에 대한 작업을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유로존 국가인 스웨덴 중앙은행도 올 2월 디지털 화폐인 ‘e크로나’를 시범 테스트하고 내년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중앙은행(BOE)은 올 3월 CBDC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CBDC가 큰 리스크를 동반하지 않고도 발행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계속 돈을 풀어도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CBDC를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가 도입되면 사람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이유로 현금을 인출해 집안에 쌓아두지 못하고 돈이 흘러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7월 각료 회의를 통과한 ‘2020년도 경제재정운영개혁 기본방향’에 CBDC 실증 실험 검토, 실시 문구를 새롭게 추가하며 디지털 화폐 검토를 공식화했다. 10월에는 개념증명(PoC) 1단계 시행을 목표로 범용 CBDC 실험 수행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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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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